어제의 너에게 #26
엄마가 사는 도쿄 아파트에 가면 거의 강제적으로 우리 가족의 이사 역사를 떠올리게 된다.
우리 가족은 내가 유치원 때부터 10대까지 딱히 부모님께서 직장을 옮길 일이 없었는데도 10년 안에 이사를 다섯 번 했었다.
늦게 동생이 태어나면서 조금 더 넓은 집으로 옮긴 적도 있었고 월세집에 집주인이 들어오게 돼서 나가야 했던 집도 있다.
특별히 멀리 갈 필요성은 없었기 때문에 같은 동네나 30분 거리 정도로 이사를 갔다.
여러 집을 살아보니 그만큼 여러 경험을 하게 된 것 같다.
어떤 주택에 살았을 때는 여름에 민달팽이가 대량으로 기어 나오기도 했고 어떤 아파트에서 살았을 때에는 아파트 소유주가 옥상에서 뛰어내려 동네가 시끄러워진 적도 있었다.
이사를 갈 때는 늘 엄마가 힘들어 보였고 가구 없이 종이박스를 테이블 삼아 아침식사를 한 기억도 있다.
그런 우리의 발자취가 지금 엄마가 사는 집에 남아있다.
집안이 공개되는 걸 지극히 싫어하는 일본 집 필수품, 커튼이다.
은근히 가격도 나가고 집 창문에 맞게 제작하려면 시간도 오래 걸리는 여러모로 번거로운 가구 중 하나다.
엄마는 여러 집에 살면서 써왔던 커튼을 버리지 않고 남겨뒀다가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 창문에 쓰고 있다.
침실에는 두 번째로 살았던 집 언니 방에 있던 커튼, 거실에는 네 번째로 살았던 집 내 방에 있던 커튼, 옷방에는 마지막에 살았던 집 동생 방 커튼 등 스타일이 전혀 다른 무늬의 커튼들이 달려있다.
맞춤제작이 아니어서 길이는 안 맞기도 하지만...
그래도 우리 가족다운 인테리어가 아닐까 싶다.
이번에 이사를 해보니 나는 다시는 안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래도 언젠가는 옮길 수도 있으니...
뭘 남겨놔야 할까. 고민해 봐야겠다.
어제의 너에게
어린아이들 데리고 10년 안에 다섯 번... 존경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