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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lly Jul 14. 2023

비망록 Vol.14 인간이 인간의 구경거리가 되다

인간 동물원

오늘은 한 때 세계 각지에 있었던 "인간 동물원", "인간 전시"에 대해 정리해 보겠다.





인간동물원의 시작

소수민족이나 장애인을 전시하고 구경거리로 삼은 “인간 동물원”은 여러 나라에서, 오랜 시간에 걸쳐 진행된 전시이다.


16세기 바티칸에서 메디치가(피렌체에서 힘을 가졌던 가문)의 일원이 동물원을 만들었는데 여기에 동물과 함께 여러 인종의 사람(아프리카인, 인도인 등)을 전시한 것이 인간 동물원의 시작이었다.


유럽 외에서는 멕시코에 동물원이 처음으로 만들어졌을 때 소인증이나 알비노증인 사람전시한 것이 처음으로 알려져 있다.


신대륙을 발견한 경우에도 거기에 자신과 다른 피부색이나 다른 모습을 가진 사람이 보이면 그 사람을 나라로 데리고 가서 자랑하는 등 “새로운 존재, 흥미로운 존재”로 여겨 전시하는 경우도 많았다.


1870년대: 신식민지주의의 시대 

이민족을 생태적으로 전시하는 것은 1870년대에 본격적으로 인기를 모은다. 독일, 벨기에, 스페인, 미국, 이탈리아, 폴란드 등 각국에 인간 동물원이 있었고, 흑인뿐이 아니라 에스키모 등의 원주민도 전시했다.


1883년에는 암스테르담 국제 식민지 수출 박람회, 1900년 파리 엑스포, 1904년 세인트루이스 엑스포 등 국제 박람회에서도 당시 강대국들이 식민지로 삼은 나라들에 사는 원주민들을 전시했다. 전시 방법은 다양했지만 오랑우탄과 함께 전시하고 마치 오랑우탄의 진화형이 해당 민족인 것처럼 해놓기도 했다고 한다.


지금 들으면 기겁할 만한 발상일 것 같으나 가끔씩 사람들의 감각은 비뚤어지는지 최근에도 이런 전시가 열리기도 했다.

가령 2005년에는 독일에 있는 동물원에 아프리카 마을이 만들어졌고, 같은 해 런던에 동물원에서는 나뭇잎을 옷으로 만들어 착용한 사람을 전시했다(기획 의도로는 인간도 동물이다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는 하지만...).




신기해자랑하고 싶고 보여주고 싶고... 좋게 표현하면 그 마음 자체는 순수하다고 할 수 있다.

문제가 되는 건 그 순수한 마음에 우월감이나 혐오감, 멸시, 공포, 의심 등의 감정과 사고방식이 더해지기 때문이다. 공포가 더 크면 공격, 추방, 살해 쪽으로 가고 우월감이나 멸시가 크면 전시하고...


현대에 들어 제대로 교육을 받고 교류가 활발해져도 편견이나 의구심은 사라지지 않는다.

이쯤 되면 아무리 노력해도 자신 혹은 다수파와 동등하게 바라볼 수는 없나 싶은 생각이 든다. 인간의 약함과 어리석음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


수시로 생각하고 반성해야 하는 문제인 것 같다. 이런 전시가 현대에 없어도 우리는 비슷한 행동을 보이고 있지 않을까 하고.

특정 민족 비하, 선입견, 발음이나 행동을 비웃는 행위.

울타리만 안 쳤을 뿐 우리의 시선은 어떤 상황에서는 인간 동물원을 보러 간 당시 사람들과 유사하지 않을까.

낯선 대상이 아닌 그런 우리의 시선에 공포심을 가져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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