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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lly Aug 22. 2023

익숙함에 끌린다

어느 주말 가족과 함께 무계획으로 집을 나갔다가 시가 운영하는 아트센터에 들르게 되었다.

오후 2시. 주말이었지만 더운 날씨라 그런지 야외주차장에는 차가 그늘에만 세워져 있었다.


우리도 무언가를 볼 생각은 없었지만 전시를 몇 개 하고 있길래 안으로 들어가 봤다.


아이들이 줄 서 있던 어린이용 전시는 일단 건너뛰고 어떤 작가의 그림이나 오브제 등의 작품을 전시해 놓은 작은 갤러리로 들어갔다.

직원 분이 주신 간단한 가이드 용지를 보면서 하나하나 감상해 봤다.


평소 우리는 예술 작품을 자주 접하는 편은 아니다. 물감이나 기법에 대해 잘 아는 것도 아니다.

작가님이 오랜 시간 동안 영혼을 쏟아부어 만든 작품들을 몇 분만에 이해할 수는 없고 이랬다 저랬다 하는 건 예의가 아니지만 왠지 모르게 끌리는 작품이 있었다.


제목을 보니 굉장히 슬픈 의도를 담은 작품으로 추정되었지만 어딘가에서 본 것 같은(비슷한 작품을 봤다는 뜻이 아니라), 굳이 말하면 꿈에서 보거나 이미지로 느껴 본 것 같은 그런 작품이었다.


다 보고 나서 다른 갤러리도 가 보았는데 그 갤러리는 여러 작가의 사진을 전시해 놓은 곳이었다.

사진에 대해서도 잘 모르는 나는 그림에 비해서는 단순한 편이라는 이미지가 있었지만 콜라주나 인쇄 기법 등 정말 알아야 할게 많을 것 같았다.


그리고 여기서도 끌리는 색상이 있었다. 잘 아는 하늘색에 그러데이션으로 이어지는 노란색.


결국 내가 끌린 건 이미 내가 잘 아는 것들이었다.

현대 예술 작품들이 꼭 새로워야 되는 건 아니구나. 물론 참신함도 있었지만 그 속에 사람들의 내면에 이미 존재하는 무언가를 자극하는 요소가 있어야 하고, 그 부분은 꼭 참신하지 않아도 되는구나. 그런 생각을 했다.


폭염 속 짧은 나들이에서 늘 자신의 참신하지 못한 아이디어에 실망하는 나에게 긍정적인 힘을 주는 깨달음을 얻었다.

그리고 동시에 참신함이 없다는 변명을 내세우며 게으르기만 했던 나를 반성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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