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피로를 남에게 건네는 것

by 민현

마사지는 치앙마이에서 배웠다. 하루 8시간씩 일주일이었다. 마사지를 배운다는 건 누군가가 편히 누워있고, 난 그를 위해 땀을 흘린다는 의미였다. 수업을 마치면 몸이 완전히 지쳤다. 오전에 도착해서 한 번, 점심을 먹고 한 번, 조금 쉬었다가 또 한 번. 하루 세 번의 풀 코스 마사지를 하고 나면, 배 고픈 것도 귀찮아서, 저녁 따위 그냥 건너 뛰기도 했다.


가끔 쉬는 시간에 함께 수업을 듣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한 번은 누군가가 마사지를 배우는 이유가 뭔지를 물었다. 일본인 남자는 일본에 마사지 샵을 차릴 거라고 했다. 멕시코에서 온 여자는 태국의 문화를 알고 싶어서라고 했다. 내 차례였다. 나는 차마 시간이 남아도는데, 할 일이 너무 없어서, 라고 말할 수 없었다. 내가 그 자리에서 한국을 대표하고 있는 것도 아닌데, 쓸데없이 어깨가 무거웠다. 난, 아내에게 해주고 싶어서 배워, 라고 말했다. 듣고 있던 사람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마사지 수업 과정은 3단계로 나누어져 있었다. 시간이 일주일 뿐이었던 나는 초급 과정만 이수했다. 초급 과정에 현란한 꺾기, 비틀기 같은 기술은 없었다. 뼈에서 우두둑 소리를 뽑아내는 기술은 중급 과정 이후부터였다. 내 앞에 누워있는 사람의 근육을 초급 기술로 풀어 주며, 중급과 고급과정의 사람들을 곁눈질로 봤다. 다들 하나같이 땀이 비 오듯 했다.


아내에게 마사지를 해 주는 데 걸리는 시간은 보통 1시간 30분 정도이다. 그리고 그 대가로 아내에게 만원을 받는다. 내 마사지 샵이 자주 문을 여는 건 아니다. 한 달에 한 번 정도 문을 연다. 내 유일한 고객인 아내가 마사지 샵의 문을 두드리고, 다음 날 또 두드리고, 그렇게 며칠 정도는 두드리고 나서야 문을 연다.


아내는 내게 마사지 샵의 문을 더 자주 열어달라고 요구하지만, 나도 나름의 사정이 있다. 아내는 평소보다 몸이 무겁거나, 피로가 쌓였을 때 마사지 이야기를 꺼내는데, 그럴 때면 높은 확률로 나의 몸도 무겁고 피로하기 때문이다.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아내와 함께 한다. 그렇다는 건 아내가 걷을 때면 나도 옆에서 걷고 있고, 아내가 뛸 때면 나도 옆에서 뛰고 있다는 걸 뜻한다. 전날 아내가 기분이라도 좋아 과음을 했다면, 함께 잔을 부딪힌 사람이 바로 나라는 의미이다. 아내의 몸 상태가 바로 내 몸 상태라는 말이다.




숙소 근처의 마사지 샵은 타이마사지 90분에 440밧이었다. 한국돈으로 18,000원 정도다. 마사지사는 440밧 중에 얼마나 받아가는 걸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한쪽 다리를 바깥쪽으로 90도 꺾어 내려놓고, 손바닥으로 허벅지 근육을 누른다. 당겨져 팽팽해진 근육이 찌릿하다. 아, 이렇게 다리를 바깥쪽으로 놓고 누르면 더 시원하구나.


마사지를 한다는 건 꽤 힘든 일이다. 상대방의 풀린 피로는 마사지사에게 고스란히 쌓인다. 마사지는 다른 사람의 피로를 자신의 몸으로 옮기는 일이다. 기술로 피로를 빼내 자신의 몸에 붙이는 일이다. 뒤로 돌아앉은 마사지사가 내 다리를 고정시키고 몸을 감싸 반대편으로 비튼다. 허리 어디쯤인가의 뼈에서 우두둑하는 소리가 난다. 내 허리의 피로가 마사지사에게 옮겨 간다. 내가 이 기술을 배우고 싶었던 건데.


이들은 하루에 몇 사람의 피로를 몸으로 받아내고 있을까. 초급 기술, 하루 세 번의 마사지만으로도 난 곯아떨어졌었는데. 중급, 고급 기술을 현란하게 구사하며 몸속 깊은 곳까지 숨어든 피로까지도 남김없이 뽑아내 자신의 몸에 덕지덕지 붙이는 하루를 얼마만큼이나 살아왔을까. 마사지사가 내 손을 깍지 끼워 머리를 잡게 하고 두 팔로 감싸 앉아 들어 올려 위아래로 흔든다. 우두둑. 내 몸이 다시 한번 가벼워진다.


90분이 지났다. 나의 피로를 가져간 마사지사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는다. 고마워. 나도 마사지 해 봐서 얼마나 힘든지 잘 알아, 라는 건방진 생각은 접는다. 초급 마사지사와 프로 마사지사는 뽑아내는 피로의 질과 양은 비교조차도 안 될 테니. 100밧을 따로 꺼내 마사지사에게 건네고 두 손을 모아 말한다. 커쿤 캅.




아내에게 초급 기술을 구사하고 그 대가로 만원이나 받아도 괜찮은 건가 하는 생각이 든다. 아내가 태국 전문가의 능숙한 마사지를 한 번 받아 보면, 내 마사지샵의 요금이 조금 과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나마 문도 잘 열지 않는 마사지샵이라니. 조금 반성을 해 본다. 마사지샵의 문도 자주 좀 열고, 비록 초급 기술뿐이지만 열과 성을 다해 만 원어치 이상의 피로를 뽑아내겠다고 다짐도 해 본다.


진심이다. 그러니까, 혼자 방콕에서 전문가의 마사지를 받고, 피로가 풀리고, 그래서 지금 내 몸이 가볍고, 기분마저 산뜻하고, 그걸 아내에게 자랑하고, 아내가 난 지금 엄청 피곤한데, 하며 부러워하고, 한국에서 혼자 부러워하는 아내를 보니 살짝 민망하고, 조금 미안하고, 자랑까지는 하지 말 걸 괜히 했나 싶어서, 그래서 당장 내 마음 조금 편해지고자 실없이 한번 해 보는 생각이 아니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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