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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현 Sep 27. 2021

남편. 나 제안받았어.

‘남편. 나 제안받았어.’

옆에서 한참 동안 핸드폰을 보고 있던 아내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아내의 말이 무슨 뜻인지 헤아렸지만 한참 읽고 있던 책에 집중을 하고 있어서였는지 바로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내는 이따금 머릿속 생각의 일부만을 잘라 꺼내 이야기할 때가 있었는데,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고 있다던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갑자기 생겼을  특히 그랬다. 얼마 , 아내가 다녔던 회사에서 신규 프로젝트 하나프리랜서로    있냐는 제안을 받았었는데 아직은 지금의 생활이 좋다며 거절했던게 떠올랐다.

‘제안? 회사에서 너 또 일하러 오래?’

아내는 여전히 핸드폰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 혼잣말을 하듯 이야기했다.

‘아니 그거 말고, 브런치 말이야. 브런치 제안.’

브런치 제안이라는 말에 읽고 있던 책을 내려놓고선 잔뜩 커진 눈으로 아내를 쳐다봤다.




아내는 작년, 회사를 그만두자마자 브런치에 올릴 글을 구상하기 시작했다. 당장 하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이 미루어두었던 일인 양 열심이었다. 퇴사를 하기 전부터 아내는 내가 먼저 시작했던 브런치에 관심이 많았었다. 아내보다 몇 달 먼저 퇴사한 내가 브런치 작가 신청을 하고 합격 메일을 받았을 때, 아내는 자신이 이직하려던 회사의 최종 합격 연락을 받았던 것처럼 기뻐했었고, 떨리는 마음으로 브런치의 첫 번째 글을 발행할 때에도 옆에서 나보다 더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지켜봤었다.


글을 발행하기 전엔 항상 아내의 심의를 거쳐야 했다. 연애시절의 이야기부터 풀어냈던 터라 발행하려는 글에는 아내의 이야기가 많았고, 그래서 더욱 사실 관계를 따져야 한다며 내가 쓴 글을 꼼꼼히 읽었다.

‘음. 통과. 재밌네. 잘 썼어.’

아내의 팩트체크를 통과하고 나서야 글의 발행이 허락되었다. 내 브런치의 첫 번째 구독자는 당연히 아내였고, 그렇게 발행하는 모든 글의 첫 번째 라이킷은 언제나 아내의 차지였다.


‘당신처럼 은퇴 관련된 글을 써 보는 게 낫겠어.’

여러 가지 주제를 놓고 고심하던 아내가 마음을 정했다. 당시 아내는 김영하 님의 ‘오래 준비해온 대답’이라는 책을 읽고 있었는데, 책의 내용 중 ‘내 안의 어린 예술가는 어디로 갔는가. 아직 무사한 것일까?’라는 부분을 집어 내게 이야기한 적이 있었다. 김영하 님은 유명세로 본업이었던 글을 마음껏 쓰지 못할 만큼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면서 자신의 어린 예술가를 잃었다고 했다. 그렇게 깊숙이 숨어버린 어린 예술가를 다시 찾으려 하는 게 시칠리아로 여행을 떠난 이유라 책에서 밝혔다.

‘나도 내 안의 문학소녀를 찾아볼 거야.’


주제가 정해지니 아내는 순식간에 글 하나를 써냈다. 글을 발행하기 전에 내 글을 아내가 먼저 읽어보았던 것처럼 자신의 첫 글을 미리 봐주었으면 했다.

‘어때? 괜찮아?’

쉽게 잘 읽히긴 했는데, 그건 내가 아내의 모든 사정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아내의 글은 언제, 왜, 어떻게 등, 몇몇 군데에서 글 흐름의 자초지종이 빠져있었다. 친절하지 않았다. 자신 안의 문학소녀를 찾겠다며 시작한 아내의 글에서 문학소녀는 보이지 않았다.

‘음. 그 문학소녀. 좀 더 찾아야겠다.’




아내는 브런치의 일곱 번째 글에서 은퇴 후의 한 달 생활비를 계산했다. 그 글이 다음 메인의 머니 탭에 노출이 되었고, 꽤나 많은 조회수가 나왔다. 이전 글들보다 라이킷 수도 월등했다. 제안을 받았다며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제안 메일의 내용이 담긴 핸드폰을 내게 내민 건, 이틀 정도 쉴 새 없이 울리던 브런치의 알람이 잦아들 때 즈음이었고, 아내가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한 지 한 달이 조금 넘었을 때였다.


아내가 내민 핸드폰을 받아 제안 메일을 읽기 시작했다. 메일을 보낸 이는 첫 줄에서 자신을 한겨레 신문의 기자라고 소개했다.






이번 매거진은 아내가 책을 출간하기까지, 과정의 이야기입니다. 이 매거진은 최근에 <아빠 육아 업데이트> 라는 책을 출간하신 초록Joon 작가님의 매거진인 ‘출산 아니 출간 도전기​‘ 의 영향을 받았다는 것을 미리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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