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서른다섯

향기는 추억을 싣고

몸에 각인된 추억은 위험하다

by 흐를일별진



공기가 바뀌었다.

기분 좋게 선선해진 바람에 향기가 섞였다. 계절이 실린 지금 쯤의 바람은 몇 년 전의 제주를 떠올리게 한다. 스물아홉의 3월, 서른의 4월. 사람이 싫어 떠난 제주에서, 나는 자연이 주는 진짜 행복을 느꼈다. 하루, 24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이 어떤 모습으로 변하는지. 온전히 시간 속에 나를 맡겼던 나날이었다.

추억의 향기란 그렇다. 단순히 바람에 향기가 섞였을 뿐인데, 영화처럼 언젠가의 추억이 재생된다. "어! 이거, 어디서 맡아본 향인데"라는 의식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시간을 과거로 되돌려버린다.


문장이나 이미지로 인한 추억 여행은 미화가 있고 변질이 있다. 그땐 그랬지 떠올리다 보면 군더더기가 조금씩 섞인다. 일명 좋았던 과거 필터가 씌워지는 건데, 향기가 섞인 추억에는 그런 게 없다. 바람, 햇살, 목소리, 분위기, 눈 앞의 풍경. 그 순간의 모든 것이 완벽하게 각인된다. 잊으려고 해도 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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