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내 고양이의 장례식

너는 참 예뻤다

by 흐를일별진



6월 7일.


공항에서 만난 엄마는 날 보자마자 표정을 살폈다. 나는 엄마를 보고 웃었다. 슬픈 건 나 하나로 족했다. 살짝 박스 뚜껑을 열어 우리 대근이 여기 있다고 엄마에게 보여줬다. 엄마의 표정은 복잡해 보였다. 우리는 말없이 김포의 장례식장으로 향했다. 택시가 흔들릴 때마다 나는 박스를 품에 더 가까이 안았다. 얼마나 달렸을까. 엄마를 만나서인지 나는 깜빡 잠이 들었고, 잠에서 깼을 땐 장례식장에 도착해 있었다.


사장님이 예를 갖춰 나와 엄마, 대근이에게 인사해주셨다. 우리는 장례 절차와 필요한 부분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대근이는 옷 입는 걸 싫어했기 때문에 수의는 하지 않았고, 바구니를 좋아했던 아이를 위해 관이 아닌 바구니를 선택했다. 몇 번이나 눈물이 날 뻔했지만, 꾹꾹 참았다. 심장이 부풀어 터질 것만 같았다.



아이가 든 상자는 염을 위해 옮겨졌다. 몇 분 뒤 우리도 그 과정을 참관하기 위해 해당 장소로 이동하는데, 차가운 철판 위에 눕혀져 있는 대근이를 보자마자 엄마도 나도 울음이 터졌다. 실감이 났다. 대근이가 떠났다. 정말 떠났다. 이제 더는 대근이의 온기를 느낄 수 없다. 코를 찌르는 알코올 냄새가 방을 가득 채우고, 엄마와 나의 울음소리가 그 냄새를 묻었다. 대근이는 미동도 없었다. 원래 대근이는 몸 닦는 걸 귀찮아 했다. 아기 안듯 대근이를 붙잡아 안고 구석 구석 물티슈로 닦아내면, 아이는 늘 귀찮은 티를 내며 내 손에서 벗어났었는데. 지금은 아무런 움직임도 없었다. 죽었구나. 입에 담기도 싫은 단어. 죽음. 그래, 대근이가 죽었다. 나는 내 전부를 잃었다. 지독한 상실감과 공포가 밀려오는데, 엄마를 보고 정신을 차렸다. 엄마 몰래 꽉 주먹을 쥐었다. 손톱으로 내 살을 짓눌렀다. 꾸역꾸역 울음을 참아내고 끝까지 아이의 염을 참관했다. 귀도 닦고 코도 닦고 발바닥 젤리도 깨끗하게 닦아냈다. 잘 닦인 아이의 털에선 윤기가 흘렀다. 참 예뻤다, 내 새끼.

담당자분의 손길은 섬세했다. 준비된 바구니에 아이를 옮겨 눕히고 그 주변을 예쁜 꽃으로 장식했다. 화장할 때는 빼야 하지만, 마지막까지 내 온기를 전해주고 싶어서 하루 동안 끼고 살았던 담요를 고이 접어 전달했다.


그들이 꼼꼼히 바구니를 정리하는 동안, 엄마와 나는 장례식을 진행할 방으로 이동했다. 잘 차려진 상 위엔 미리 전달한 대근이의 사진과 함께 업체에서 준비한 간식들이 놓여있었다. 나는 그 한쪽으로 가져온 대근이의 사료와 간식, 장난감을 올려두었다. 또다시 눈물을 삼켰다. 울면 안된다. 대근이가 보고 있다.


얼마 뒤, 대근이가 바구니에 담겨 들어왔다. 벨벳 천으로 둘러싸인 테이블 위에 대근이가 놓였다.



담당자 두 분이 테이블 양 끝에 서고, 우리는 절차대로 장례식을 진행했다. 국화꽃 한 송이를 아이에게 가져다 놓고, 마지막 절차까지 마무리한 뒤 엄마와 나는 대근이와의 오붓한 시간을 보냈다. 오붓하다는 표현이 맞을까. 아니, 맞다. 엄마는 대근이에게 그동안 우리 딸을 지켜줘서 고마웠다고 했고 나는 미안하다고 했다. 아이의 미간을 쓰다듬고 또 쓰다듬으면서 울음을 삼켰다. 엄마는 그런 내가 안쓰러웠는지 이제 그만하고 아이를 보내주자고 했다. 아아, 나는 보내줄 수 없었다. 아이가 가마 안에 들어간다는 것. 그 몸을 잃는 다는 게 세상이 끝나는 기분이 들었다. 갑자기 무서웠다. 난 아이의 곁에 서서 움직이지 않았다. 엄마는 몇 번 더 나를 잡아끌었지만 난 대근이에게서 손을 떼지 않았다. 엄마는 그런 나를 잠시 바라보다, 홀로 담당자분을 찾으러 방을 나섰다.

대근이와 난 둘만 남았다. 이제, 진짜 헤어져야 할 때가 얼마 남지 않았다.




대근이는 화장됐다.

나는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눈물이 터졌고 엄마에게 안겨 울다가 잠이 들었다. 얼마 뒤 잠에서 깬 후 멍하니 장례식장에 놓인 대근이의 사진을 바라봤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건가. 대근이는 너무 빨리 내 곁을 떠났다. 지금 내게 일어난 모든 일이 꿈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이 모든 게 꿈이라면. 하지만 꿈일리 없었다. 내가 보고 있는 가마, 그 안에는 대근이가 있었으니까. 현실과 비현실을 왔다 갔다 하는 기분이었다. 차분해졌다가 울음이 터지고 이 모든 사실을 받아들였다가 받아들이지 못했다. 제 정신이 아닌 것 같았다.


30분이 지났다. 엄마와 나는 가마에서 나온 뼛조각, 온전한 머리뼈, 뼛가루를 한데 모아 곱게 갈아내는 모습까지 참관했다. 나는 강제로 아이가 무지개다리를 건넜다는 걸 실감했다. 곱게 갈린 가루는 작은 봉투 하나에 전부 담겼다. 나는 지나치게 가벼워진 대근이를 안고 장례식장을 나섰다.



안녕, 나의 아이

나는 너를 자연으로 돌려보내 줄 거야

훨훨 날고 마음껏 뛰고

자유롭게 지낼 수 있게

나는 너를 자연으로 돌려보내 줄 거야

다만 그전까지만

조금만 더 내 곁에 머물러 주라

오늘 울었던 건 이해해줘

이젠 진짜 울지 않을게

그러니까 조금만 더 내 곁에 있어 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