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이 지나고 난 뒤
한동안 굳이 내 생일을 알림으로써 괜한 연락을 받고 싶지 않아서, 카카오톡의 생일 알람을 꺼뒀었다. 생일 그까짓 거 뭐가 특별하겠냐는 생각이었다. 굳이 생일을 알리는 게 나를 봐달라는 신호 같아서 거부감이 들기도 했다. 꼭 내가 외롭다고 말하는 거 같았다. 몇 번의 생일을 아주 조용히 보냈다. 심지어 한 번은 부모님조차 잊고 넘어갔다. 내가 자초한 일인데 어느 날 문득 진짜 외로워졌다. 이게 맞나, 나는 무엇을 위해 외로움을 자처한 건가. 생각해보니 내 사고 차제가 유난스러웠다.
올해는 생일 알람을 켜두었다. 그리고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연락을 받았다. 반려묘를 잃었다는 나의 상황을 알기 때문일까, 많은 이들이 조심스럽게 연락해오며 다양한 선물을 보내 주었다. 마침 부산에 놀러 온 친구가 있어 생일 당일은 친구와 시간을 보냈다. 그 와중에도 오랜만에 연락이 닿은 많은 인연과 카톡으로 짧게 대화를 나눴다. 늦은 밤엔 엄마 아빠와도 작은 케이크를 앞에 두고 노래를 불렀다.
생일이 지난 며칠 뒤 내 방엔 택배 상자가 가득 쌓였다. 상자를 하나씩 풀고 선물을 확인하고 인증샷과 감사 인사를 보냈다. 받은 선물을 정리할 겸 어지럽던 수납장 선반 위를 깨끗하게 비웠다. 하나씩 선물을 정리했더니 어느덧 특별한 것이 아닌 원래 그 자리에 있던 물건처럼 자리를 잡았다.
다음 날. 산더미처럼 쌓인 종이박스와 비닐 쓰레기를 봤다. 아, 또다시 기분이 묘해졌다. 기대 이상으로 많은 축하를 받았고 분명 행복했는데 시간이 지나니 모든 게 지난 일이 되어 있었다. 축하의 마음은 기프티콘과 소중한 물건들로 남아있었지만 뭔가 더 중요한 게 흩어진 기분이 들었다.
마냥 특별할 것 같은 날들도 자고 나면 어제가 된다. 어제는 기억 속에 흩어지고 감정은 마음에 남아 오늘에 희석된다. 뭐 하나 영원한 건 없다.
역시 생일은 특별한 날이 아니다. 다만 늘어지거나 끊어졌거나 혹은 늘 팽팽했던 관계의 끈을 다시 한번 이을 수 있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인증일...이라 본다면 중요한 날이라 보는 게 맞긴 할 거다.
아아. 나는 많은 축하를 받고 싶었던 걸까 오랜만에 사람들과 연락하고 싶었던 걸까. 아니면 내 인맥을 확인하고 싶었던 걸까. 그렇다면 나는 누군가의 생일을 어떤 마음으로 축하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