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답은 정해져 있었는데
좋았던 기억이 사라지진 않아. 그렇다고 힘들었던 기억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야. 나는 이미 답이 정해진 객관식 문제의 문항을 하나하나 곱씹어가며 시간을 끌었어. 시간을 끈다 해서 답이 달라지는 건 아닌데, 난 그 문제가 퍽이나 마음에 들었나봐. 혹여나 다른 답이 있는 건 아닐까 숨은 의미가 있는 건 아닐까 이상할 정도로 문제에 집착하며, 정답을 체크하기까지 시간을 끌었어. 결국 정답을 체크하고 나서야 알았어. 아, 그 문제는 아무것도 아니었구나. 생각보다 더 허무하고 허탈하더라.
이미 끝낸 시험은 결과가 어떻든 잊어야만 해. 그래야 다음 시험을 준비할 수 있으니까. 난 문제를 풀었고, 시험을 끝냈어. 이제는 받아들이고 잊을 차례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