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서른여섯

문제는 객관식

이미 답은 정해져 있었는데

by 흐를일별진




좋았던 기억이 사라지진 않아. 그렇다고 힘들었던 기억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야. 나는 이미 답이 정해진 객관식 문제의 문항을 하나하나 곱씹어가며 시간을 끌었어. 시간을 끈다 해서 답이 달라지는 건 아닌데, 난 그 문제가 퍽이나 마음에 들었나봐. 혹여나 다른 답이 있는 건 아닐까 숨은 의미가 있는 건 아닐까 이상할 정도로 문제에 집착하며, 정답을 체크하기까지 시간을 끌었어. 결국 정답을 체크하고 나서야 알았어. 아, 그 문제는 아무것도 아니었구나. 생각보다 더 허무하고 허탈하더라.

이미 끝낸 시험은 결과가 어떻든 잊어야만 해. 그래야 다음 시험을 준비할 수 있으니까. 난 문제를 풀었고, 시험을 끝냈어. 이제는 받아들이고 잊을 차례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