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죽음, 희망에 대하여
역사 예능 <사심충만 오! 쾌남>이라는 프로그램을 했을 때, 나는 처음으로 예능 통대본을 썼다. 그 첫번째 이야기가 바로 <덕수궁의 고종> 처음이었던 만큼 시작은 대본을 위한 자료 모음이었지만, 도중엔 흥미에 의한 공부였고 나중엔 완전히 빠져버렸다.
모든 역사에는 희극과 비극이 있다.
난 그중에서도 덕수궁에 담긴 이야기를 가장 좋아한다. 제국이 되겠다는 고종의 원대한 포부.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나고자 했던 키 작은 황제. 사랑했으나 사랑하지 못했던 황후.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했던 후궁 엄귀인. 최고의 선생님을 모셨던 궁 안의 유치원 <중명전>에 딸의 안전을 위해 설치한 난간 자국이 남아있을 만큼 덕혜옹주를 사랑했던 팔불출 아버지.
가장 높은 곳에 세운 <정관헌>에서 커피를 마시며 그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그는 <석조전>을 보며 조선이 정말 제국이 될 수 있다고 믿었을까. 꿈, 희망과는 관계없이 그를 옥죄었던 당시의 정세는 그를 얼마나 무력하게 만들었을까. 명성황후의 비극적인 죽음 앞에서는 슬픔이 먼저였을까 두려움이 먼저였을까. 결국 러시아 대사관으로 피신을 가던 그의 마음은 어땠을까.
나는 늘 <함녕전> 앞에서 고종의 죽음을 상상한다. 실현되지 못한 그의 꿈을 떠올리면서. 황제로 살고자 했던 고종은 타살 의혹과 함께 생을 마감했다. 그래도 그의 죽음이 3•1 운동의 계기가 됐으니, 황제가 되고자 했던 왕으로서 마지막 역할은 다했다고 볼 수 있을까.
덕수궁에는 삶과 죽음이 있다. 희망과 절망, 다양한 모습의 마음이 있으며 빠르게 변하는 세상과 섞이고자 했던 열망이 있다. 그렇다면 나는 덕수궁에서 어떤 걸 찾고 싶은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