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의 생쥐
따릉이를 타고 집에 가겠다고 했다. 늘 내 걱정이 우선이었던 친구는 고집을 꺾을 수 없다는 듯 내가 가진 짐 가방 중 하나를 집어 들었단다. 나는 친구의 배려를 잊고, 부슬부슬 내리는 비를 맞으며 자전거에 올라탔다. 숨이 막힐 것 같이 습한 공기를 온몸으로 받아들였다. 바지가 달라붙고 머리카락이 미역처럼 존재감을 뽐냈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있는 그대로의 내가 도심에 존재하는 기분이었다. 그날은 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면서도 늘 내 걱정이 우선이었던 친구와 말없이 날 기다렸던 친구가 뒤에 있었다는 걸 받아들인 날이었다. 진짜 하고 싶었던 말을 가감없이 쏟아낸 날이었다. 생각해 보면 난 돌아갈 곳이 있는 상태로 혼자를 즐겼다. 혼자였지만 진짜 혼자가 아니었던 거다.
넘치는 생각을 막기 위해 자전거를 타고 달렸다. 달리다 멈추고 다시 한강을 바라보며 달렸다. 여의도를 지날 무렵이었나, 빗길에 무거워진 풀향기가 좋아서 고개를 들고 숨을 쭉 들이키던 순간, 난 그대로 넘어졌다. 허벅지, 브레이크를 잡았던 손, 살갗이 까진 것 같은 뒤꿈치. 몸 곳곳 안 아픈 곳이 없었다. 근데 뭔 바람이었을까. 나는 엎어진 상태 그대로 일어나지 않았다. 누워 하늘을 바라봤다. 굵어지는 빗줄기가 온몸을 적셨다. 아픈데 행복했다. 가벼웠다. 그때 이런 생각이 들었다. 감기라도 걸리면 속상해할텐데. 날 걱정하는 친구의 얼굴을 떠올리니 조금 속상해져서 나는 그제야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시 자전거를 타고 이동한지 얼마나 됐을까. 앞에 뭔가가 보였다. 가로등 빛이 훤히 몰리는 길 중간에 손바닥만 한 쥐가 모로 누워있었다. 나는 알 수 있었다. 저 쥐는 죽었다. 마음이 차게 식었다.
급히 자전거를 한쪽에 세우고 길 중앙에 앉아 생쥐를 바라봤다. 가해 수단은 자전거다. 생쥐를 죽인 건 자전거다. 머리를 다쳤고 그 자리에서 즉사했다. 튀어나온 두 눈, 머리를 중심으로 퍼져있는 피. 스러지는 생명을 지워내듯 쏟아지는 비. 갑자기 눈물이 차올랐다. 고작 자전거, 그깟 자전거를 타다가 넘어져 아프다고 생각한 내가 바보처럼 느껴졌다. 이 작디작은 죽음 앞에서 내 생의 무게는 한없이 가볍게 느껴졌다. 생쥐는 모든 걸 잃었다. 사람 때문에. 나는 잃은 게 없다. 마음이 아팠을 뿐 여전히 살아있었다.
늘 그랬듯 가방을 뒤져 얇은 종이를 꺼내 들었다. 수의를 입히듯 생쥐의 몸 아래쪽으로 종이를 끼워 넣고 몸을 감싸 돌렸다. 두 손바닥 위에 생쥐를 올리고 (아마도 햇살이 잘 들어올) 강이 가장 잘 보이는 위쪽을 골라 자리를 잡았다. 비 때문에 약해진 지반을 틈타 흙을 파고 생쥐를 묻었다. 북쪽을 향해 머리를 두고 작은 몸 위로 젖은 흙을 덮고, 그 위로는 풀을 덮었다. 생쥐의 죽음이 방해받지 않도록. 부디 사람을 원망하지 않도록. 이 생이 순수했던 만큼 다음 생은 조금 더 커다랗고 강한 존재로 태어나 오래 살 수 있기를 바라면서. 인간을 향한 원망에 성불하지 못하고 이승을 떠돌지 않기를, 한강 위로 떠오르는 태양을 보며 떠날 수 있기를. 나는 앞으로도 그들과 같은 작은 존재의 죽음을 모른 척 지나치지 않을 것임을 약속하면서, 온 힘을 다해 기도했다.
그리고 조금이라도, 정말 조금이라도 내게 고마운 마음이 든다면 내가 모든 걸 내려놓을 수 있게 도와주길 바랐다. 보고 싶다는 말 한마디를 못해서 혼자이길 자처하는 내가, 그만큼 정당화에 익숙한 내가 모든 걸 잊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나를 미워하지 않도록. 한참동안 나는, 내가 만들어 놓은 무덤에서 벗어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