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서른여섯

우리가 죽인 것들

사람으로 태어났으니

by 흐를일별진




자전거를 타면 참 많은 죽음을 보게 됩니다. 곤충, 지렁이, 민물 게, 생쥐, 비둘기. 그때마다 기분이 이상해집니다. 가능하면 가던 길을 멈추고 그들을 묻어주곤 하지만, 대부분은 그러지 못합니다. 묻을 수 있을 만큼 남아 있는 게 없을 때도 있어요. 그때는 기도하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 정말 속이 상하는 건 그들이 죽어있는 위치가 생과 사, 그 중심에 있다는 겁니다. 사람들이 다니는 곳을 가로지르는 길목. 우리에겐 그저 생의 길일뿐이지만 그들에겐 무덤이었습니다. 사람으로 인해 죽었습니다. 발에 밟히고 자전거에 깔리고 차에 치이면서.


이런 생각이 듭니다. 어쩌면 나도 참 많은 존재들을 죽이며 살았을 수도 있겠다. 알게 모르게 작고 큰 것들의 목숨을 빼앗으면서. 그러면서 매번 사람 좋은 척 하는 건 어불성설이 아닌가하는 생각이요.

1973년 영화 <판타스틱 플래닛>에서는 인간이 외계인의 반려동물로 키워집니다. 거대한 외계인의 손가락 하나에 컨트롤 되고 그들이 마음만 먹으면 우리가 있는 곳은 곧바로 무덤이 될 수도 있죠. 그 영화를 보고 난 뒤, 인간의 오만함에 대해 오랫동안 생각했습니다. 물론 저도 인간이니 그 오만함에서 자유로울 순 없지만, 조금이라도 정신을 차리려고 노력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어떤 식으로든 죄를 짓게 될 테니까요. 이건 종교적인 의미와는 다릅니다. 사람으로 태어난 것에 대한 마땅한 책임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사람으로서의 책임은 가진 것의 가치를 알고 삶의 의미를 고민하는 겁니다. 세상의 많은 것을 존중하고 사랑할 줄 아는 겁니다. 저는 따뜻한 사람으로서 제 삶을 책임지고 싶습니다. 제 의지와 관계없이 벌어지는 많은 일을 인지하고 그만큼의 무게를 느끼며, 정도를 살아가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