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ry moment of life
예전부터 일기를 써왔다.
일과 시간인 낮 동안은 휴대전화에 짧은 생각을 메모하고, 온전히 혼자만의 시간인 밤에는 사각거리는 만년필 소리를 들으며 일기 쓰는 걸 즐겼다.
얼마 전, 무슨 바람인지 지난 일기를 쭉 읽어봤다.
분명 나의 과거는 행복한 일들로 가득했었는데, 종이에 남아있는 나는 모두 우울하거나 슬프거나 절망에 빠져있었다. 그 때문에 특별히 행복했던 경우가 아닌 이상, 일상의 소소한 행복이 기억나지 않았다. 오히려 잊어도 되는, 아주 작은 슬픔의 사건들만 확대되어 떠올랐을 뿐.
생각해보니 나는 그랬다.
일기 쓰는 걸 즐긴다 하지만, 나에게 일기장은 <자기 객관화>를 위한 수단이기도 했다. 행복할 때는 그 행복함에 취해 일기를 쓰지 않았다. 하지만 죽도록 힘이 들거나, 깊은 고민에 빠졌을 때는, 차마 그러한 일을 누군가에게 털어놓지 못하고 일기장을 펼쳤다. 꼼꼼히 원인과 결과를 따져가며 일기를 쓰다 보면 내 마음이 객관적으로 보였고, 그 글에서 실제 문제의 원인이나 해결책을 마주하기도 했다. 물론 그 당시의 고민이 행복하게 결론 난다 해도, 나는 늘 그랬듯 그 상황에 만족해서 일기를 쓰지 않았다.
결국, 일기장 속의 나는 어떤 식으로든 우울한 사람이 될 수밖에 없었던 거다. 행복한 결말이 없으니까.
시간이 지나고, 일기장을 통해 현재의 내가 과거의 나를 마주하고 보니, 조금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지금의 나에게 미안해졌다. 조금 더 행복해할걸. 슬픈 일보다 기쁜 일을 더 많이 적어둘 걸.
그래서 얼마 전부터 나는, 미래의 나를 위해서 감사 일기를 쓰고 있다. 오늘은 뭐 때문에 기분이 좋았는지, 소소하지만 어떤 상황에서 행복함을 느꼈는지. 빨래가 잘 말랐다든가 햇살이 예쁘게 들어왔다든가 하는 일상의 행복을 글로 남겼다. 또 어떤 이에게서 행복함을 느꼈는지, 나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준 이들에 대한 감사함도 빼놓지 않았다. 내가 겪은 모든 순간의 편안함을, 부지런히 일기에 담았다.
요즘은, 당장 어제의 일기만 읽어도 내가 행복한 사람인 것 같다고 생각한다. 물론 매 순간이 행복만 있는 건 아니지만, 최소한 일상의 작은 불행이, 한 발 떨어져 보면 행복이었음을, 나는 매일 같이 깨닫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