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서른여섯

다정함이 무서워서

기대하지 않는 일

by 흐를일별진



다정함이 부담스러웠던 때가 있었다. 스스로 다정함과 멀어지려 애쓰듯, 내게 오는 모든 호의를 거부하던 때가 있었다. 다정함을 원하지 않으니 나도 다정하진 않았다. 일부러 날 선 말을 쏟아냈고 마음에도 없는 말을 내뱉었다. 그건 나의 생존 방식이기도, 상처받지 않기 위한 발악이기도 했다.


그러나 너의 다정함은 나를 변하게 했다. 너의 표현은 나의 따뜻함을 끌어냈다. 너의 따뜻함은 내가 다정한 사람이었다는 걸 알게 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우리는 참 많은 이야기를 했고 숱한 시행착오도 겪었다. 날 선 나는 너를 상처 입혔고 너의 호의가 때로는 나를 작아지게 만들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는 너만의 방식으로 나를 채웠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나는 여전히 다정함이 두렵다. 너로 인해 알게 된 다정함이 결국 나를 상처 입힐까 봐, 다정함이 익숙해진 내가 기대라는 걸 하게 될까 봐. 기대하는 것보다는 상처받는 게 낫고, 상처받지 않으려면 아무것도 시작하지 않으면 되는데. 사실 나는, 너의 마음을 온전히 받고도 여전히 겁쟁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상처받을 바에는 스스로에게 상처를 입히는 게 낫다는 생각이 먼저 드니까. 최소한 그 아픔은 온전히 내 탓이라 결국에는 받아들일 수 밖에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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