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속에서
내가 죽었다. 그냥 죽어있었다.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나는 말할 수도 누군가를 만질 수도 없었다. 내가 있는 곳은 햇볕이 잘 드는 원룸이었다. 누구의 집인지 알 수 없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그냥 떠나기엔 아쉬움이 남는 사람의 집이었다.
집 내부를 서성이며 생각했다. 뭔가를 남기고 가야 할까. 하늘색 포스트잇을 찾았다. 아무것도 잡을 수 없는데, 뭔가를 써야 한다고 생각했다. 내가 완전히 떠나더라도 나를 떠올릴 수 있게끔. 그러다 문득, 어디선가 내 쪽지를 발견하고 무너지는 그 사람이 떠올랐다. (물론 형태는 없다. 그저 그림자일 뿐)
정말 내가 죽었다. 형용할 수 없는 기분이었다. 굳이 비유하자면 바닷속에 가라앉는 것과 같은, 물이 목 끝까지 차올라 토하듯 터져 나올 것 같은데도 터지지 않는 것 같았다. 나는 죽음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러나 이게 정말 죽음이라면 죽음은 또 하나의 고통이라고 생각했다.
창문을 등지고 놓여있는 책상에 손을 얹었다. 이대로 떠날 수 있을까. 죽었는데 죽을 것 같은 기분을 느끼던 와중에, 나는 잠에서 깨어났다.
살아있었다. 그저 묘한 꿈을 꿨을 뿐인데 정신이 번쩍 들었다. 사실 어젯밤 나는 몇 번의 악몽을 꿨다. 무서운 마음에 누구에게든 연락해볼까, 고민했지만 쏟아지는 잠이 두려움을 이겨냈다. 그러다 마지막에 꾼 꿈이 죽음이었다.
악몽 끝의 죽음. 생각했다. 지금 나는 이유가 중요하기에, 어떤 일이 일어나든 살아있으면 됐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습관처럼 사라지고 싶다고 생각하던 내게, 정신을 차리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그것이 꿈일지언정 나는 분명 죽었었고 지금도 그 먹먹함이 생생하게 떠오르는 걸 보면, 악몽 끝의 죽음이 결국에는 제 역할을 다한 건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