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서른여섯

나는, 나를 미워하고 있다

남을 미워할 순 없어서

by 흐를일별진



애초에 경쟁하는 걸 좋아하지 않았다.

사람이든 사랑이든 물건이든 무형의 무엇이든, 늘 남는 걸 선택했고 그에 대한 미련은 없었다. 동시에 여러 명이 하나를 원하게 될 때면 아무것도 갖지 않는 쪽을 택했다. 그게 편했다. 복잡한 마음이 오가는 건 질색이라 차라리 없는 게 나았다. 그러나 알고 보면 내가 경쟁이라 생각했던 게 경쟁이 아니었던 때도 있었다. 지레 겁을 먹고 도망친 것뿐, 결국 내 소유가 될 뻔한 것들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움은 없었다. 내가 변하지 않는 한, 몇 번이고 결과는 똑같았을 테니까.

그런 게 편했다. 내 선택의 결과보다 운명에 맡기는 척 비겁해 지는 게 나았다. 운명처럼 만날 사람은 만난다. 내 것이라면 애쓰지 않아도 내 것이 된다. 그러니 가질 수 없는 것도 똑같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뜻대로 되는 게 없다면, 욕심부리다 아픈 것보다 포기해서 아픈 게 나았다. 가지지 못한 것 보다 가질 수 없는 게 더 운명적이라, 결과를 받아들이기엔 그편이 더 쉬웠다.


나는 늘 그랬다. 착한 여자 콤플렉스라기에는 이기적이고, 비극의 여주인공이 되는 걸 즐긴다기엔 회복 탄력성이 좋았다. 무소유를 추구하기엔 취향이 뚜렷했다. 무언가를 비우기 위해선 자신부터 비워내야 하는 법인데 나는 하고 싶은 것도 꿈도 많았다. 오히려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고 있다는 게 맞는 표현일지도 모른다. 세상의 피해자인 척 하늘의 피해자인 척, 포기하는 나를 동정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혹은 내가 배려심이 많다고 착각하고 있었던 걸 수도 있고. 나는 용기가 없었을 뿐이다. 이건 지독한 자기 반성이다.


타인을 미워하는 것보다 나를 미워하는 게 나아서, 마음의 방향을 밖으로 두는 것 보다 안으로 두는 게 나아서, 내 허물을 찾고 상처를 후벼파게 된다. 어딘가 잘못된 걸 알면서도 모든 화살이 나를 향하길 바라며, 스스로를 고립시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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