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은 왜 심플할 수 없을까
왜곡되는 감정이 무섭다. 순수했던 마음의 퇴색이 두렵다. 한결같은 사람이 될 수 있다고 믿는 건 아니지만 최소한 진심은 잃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은데. 어느 것 하나 쉬운 건 없고 마음이란 건 주변 상황과 분리될 수 없으니, 하루에도 몇 번씩 생각에 잠긴다.
고마움은 부채감이 되고 부채감은 미안함이 된다. 미안함은 짐이 되어 마음에 남는다. 짐이 된 미안함은 짜증이나 화로 표현되어 상대에게 꽂힌다. (도망이라는 형태로 드러나기도 하고) 방향성이 중요한 화는 가장 가까운 이에게 표출된다. 진심과 달리 상황에 매몰돼 상대에게 상처를 준다. 왜곡된 감정으로 준 상처는 그대로 내 몫이 된다. 상처 준 나를 보며 상처받는다. 최악인 건 상처받는 나를 보며 내가 위로받는다는 사실이다. 어쩔 수 없었다는 듯, 이건 내가 받아야 하는 벌이라는 듯 비겁함과 부족함에 정당성을 부여한다. 상처 주고 상처받으며 혼자 거리를 둔다. 그대로 멀어지는 상상을 한다. 어쩌면 그게 더 편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
시작은 고마움인데, 그저 고마울 뿐인데. 심지어 그 고마움 이전엔 좋아하는 마음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꾸만 길을 잃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