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서른여섯

쏟아내는 세상에 살고있다

솔직함은 폭력

by 흐를일별진



우리는 쏟아내는 세상에 산다. 솔직함이 매력으로 여겨지는 세상에 산다. 팩트 폭행이 깔끔 명료함으로 여겨지는 세상에 산다.


삼키는 게 익숙한 이에게 이런 세상은 버겁다. 정제되지 않은 감정을 쏟아내는 건 타인의 감정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소리이며, 때로는 솔직함이 가장 큰 폭력처럼 느껴지기도 하니까. 심지어 팩트라 말하는 충고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들이닥친다. 내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무신경함을 숨긴) 악의없는 말에도 누군가는 상처받는다.


나는 먹어 삼킨다. 정제시킨다. 알면서도 모르는 척한다. 내려놓는다. 굳이 말하지 않는다. 묻지도 않고 궁금해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삼킨 마음에 체하지 않도록 숱하게 드는 감정에 이름을 붙인다. 이름 붙인 감정이 구체화되면 누군가에게 털어놓지 않아도 되게끔 잘 정돈하고 마음속 어딘가에 놓아둔다. 밖으로 드러나는 솔직함이 아닌 나를 향한 솔직함을 위해, 쏟아내는 세상에서 감정의 홀로서기를 연습한다. 나는 내 감정을 쏟아내고 싶지도 들키고 싶지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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