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껏 혼자 남아서 한다는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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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흐를일별진



도망친다. 눈을 감고 귀를 막고 아무도 없는 곳으로 뛰어든다. 그곳이 좁을수록 좋다. 웅크릴 수 있는 곳이면 어디든 좋다. 공기가 탁할수록 좋다. 그게 나를 아프게 한다면 더더욱 좋다. 들키고 싶지 않은 나의 우울함이 밖으로 새어나가지 않을 곳이면 된다.


도망친 곳에서도 나는 똑같다. 하고 싶은 말, 두려운 마음이 입 밖으로 터져 나오지 않는다. 무언가에 가로막힌 것 같다. 답답함에 죽을 것 같아도 끝내는 말을 삼키게 된다. 내 말에 뒤따르는 어떤 반응도 보고 싶지 않다. 그저 좋을 대로 모든 걸 생각하게 두고 사라져 버리고 싶다.

기껏 혼자 남았는데 한다는 건 어둠 속으로 기어들어 가는 일이다. 복잡한 마음에 그대로 잠기는 일이다. 밖으로 새어 나가지 않으니 그대로 내가 잡아먹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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