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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런히 움직인다. 햇볕이 들지 않아 아쉬운 집의 창문을 열고 맞은편 건물의 벽에 자리 잡은 햇살을 바라본다. 바깥 날씨를 대충 가늠한 뒤 좋아하는 노래를 방 안 가득 틀어놓는다. 흥얼거리며 침대 위 이불을 턴다. 이불과 베개는 실내 바이크 위에 잠시 올려두고 침구 청소기로 매트리스를 청소한다. 베개와 이불을 호텔 침구 정리하듯 잘 펴둔다. 빨랫감을 모아 세탁기를 돌리고 바닥을 정리한다. 청소기로 훑고 물걸레질을 하고 닦이지 않는 건 물티슈로 다시 한번 문지른다.
샤워를 한다. 좋아하는 향의 바디 용품을 온몸에 바른 후 따뜻한 물로 씻어내고 나면, 그제야 정신이 좀 든다. 씻고 나와 가볍게 화장을 한다. 밖에 나가지 않아도 나를 정돈하는 행위 자체가 기분을 낫게 한다.
책상 앞에 앉는다. 나도 모르게 한숨이 새어 나온다. 마음이 무거워진다. 애써 행위로 비워놓은 마음에 현실이 들어찬다. 다시 무언가를 하고자 움직여 보지만 딱히 할 수 있는 건 없다. 결국 커피 한 잔을 내려 다시 책상 앞에 앉는다. 그러나 현실은 여지없이 그 자리에 머물러 있다. 노력이 무색하게 끝은 늘 어둠이다. 외로움, 슬픔, 무력감, 답답함, 상실감, 자괴감, 후회 등 온갖 이름으로 점철되는 어둠이다.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