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떠난 마음에는 미련 갖지 않는다. 말을 통해 던져진 마음은 더 이상 내 것이 아니기에, 할 수 있는 건 받아들이는 것뿐이다.
말이란 그렇다. 마음 속에 숨어있던 감정을 단어로 엮고 거기에 형태를 얹어 내던지는 일이다. 감정을 원하지 않은 이에게 말이란 폭력일지도 모르지만, 사람은 본디 이기적이니, 최소한 내가 편해지는 데엔 그만한 방법이 없다고 생각한다.
나는 편해지고 싶었다. 넘치는 생각 중 하나라도 정리할 수 있다면 방법이 뭐든 상관없었다. 잃을 각오가 된 감정만 꺼내 놓기에, 딱히 결과를 생각하지도 않았다. 좋았던 기억도 나빴던 기억도, 전부 잃어도 상관없었다. 만날 사람은 만나고 헤어질 사람은 헤어지니까. 애쓰지 않아도 유지되는 관계가 있고 애쓰다 지쳐버리는 관계도 있으니까. 모든 건 내 의지와 관계없는 시절 인연이었다.
불확실한 걸 감당하기엔 내 성격이 썩 좋지 않다. 그나마 확실한 건 내 마음 소중한 건 내 시간. 뜻대로 되는 건 없으니 최소한 나는 내가 지켜야하지 않을까. 역시 애매한 건 딱 질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