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엉또 폭포의 행운

every moment of life

by 흐를일별진



제주에는 엉또 폭포라고 해서,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고 난 후에만 장관을 목격할 수 있는 폭포가 있다. 실제로 내가 제주에 머물던 한 달 초반, 두 번가량 엉또 폭포를 찾았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때마다 물 없는 바위산만 보고 왔다. 우리 기준에서 이 정도의 비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던 게 늘 틀렸던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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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어느 날. 호우 경보와 함께 3일이 넘게 비가 쏟아지던 때가 있었다. 강한 비바람을 동반, 하늘에 구멍이 뚫린 것 같은 폭우였다. 밖에 나갈 엄두도 못 낼 정도였는데 그 무렵의 우리는 그저 신이 났었다. 이번엔 확실하게, 이 비가 그치고 나면 엉또 폭포에서 물이 쏟아질 것 같았으니까.



다행히 우리의 추측은 적중했다.


비가 그친 다음 날. 일찍부터 향한 엉또 폭포에서, 우리는 입이 떡 벌어질 정도의 장엄한 자연과 마주쳤다. 온갖 푸르른 녹음이 가득한 주변의 산세. 그 중심의 바위산 위에서 땅을 가를 것처럼 폭포수가 강하게 쏟아졌다. 쏟아지는 폭포수 주변으로는 시원한 공기와 함께 물방울이 흩날렸다. 이윽고 물안개까지 피어올랐다. 흡사 산수화를 연상하게 하는 그 완벽한 자연에 우리는 완전히 압도당해 버렸다.


셋 다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폭포만 봤다. 혹시라도 폭포수가 멈춰버릴까 봐 다른 곳을 볼 수도 없었다. 기회가 왔을 때, 눈으로 마음으로 깊이 기억하고 싶었다.



특히 나는 먹먹한 감동에 사로잡혔다. 한때는 모든 것을 담가 버릴 것처럼 비가 쏟아지더니, 결국 그렇게 비가 와야만 이 폭포를 볼 수 있는 거였구나. 비 온 뒤에 땅이 굳듯, 내 마음도 더 단단해지는구나. 인생도 마찬가지일 거다. 행복으로 향하는 길에는 늘 어떠한 시련이 필요한 거겠지. 나는 너무너무 행복했고, 앞을 살아감에 있어 정말 큰 위로를 받은 기분이었다. 눈물이 핑- 돌 정도로.



44. 엉또폭포 후반.jpg 엉또 폭포의 행운이 전해지길 기대하며



다만 아쉬운 건, 운명 같았던 엉또 폭포를 그날 이후 다시는 볼 수 없었다는 거다. 우리가 서울로 돌아올 때까지 제주에는 그날만큼의 비가 내리지 않았으니까. 그러나 처음이자 마지막이었기 때문에, 지금도 그곳의 엉또 폭포는 아주 선명한 기억이자 행운의 순간으로 남아있다. 글을 쓰는 지금 이 순간도, 그날을 떠올리며 행복해하는 걸 보니, 아마 엉또 폭포의 행운은 아직도 이어지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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