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하면 죄책감이 든다

어쩌면 이것도 고질병

by 흐를일별진



예전부터 그랬다. 계획했던 일이 하나씩 해결될 때마다, 큰 굴곡 없이 삶이 순조롭게 흘러간다고 느껴질 때마다, 사람에게 마음이 열리고 있다고 생각할 때마다, 나는 늘 그 순간을 두려워했다.


행복이 있으면 언젠가 그에 상응하는 불행이 생길 것이고, 불행이 있다 한들 언젠가 그만큼의 행복이 뒤따를 거라 믿고 살았다. 그래서 행복할 때마다 교만해지지 않으려 노력했고 슬프거나 불행할 때마다 행복이 올 거라고 믿으며 버텼다. 혹은 나의 불행이 누군가에겐 행복의 기운으로 다가갈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늘 내게 오는 감정을 이겨내고 억눌렀던 것 같다.



누군가의 도움을 온전히 받아들이거나, 행복한 순간을 마음껏 즐기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행복이 불안했고 내가 이 행복을 누릴 자격이 있는 걸까 하는 의구심이 매 순간 나를 찾았다.

이유는 모른다. 다만 예전부터 그랬다.


어차피 세상에는 영원할 게 없다는 생각의 영향일까. 목숨이 영원하지 않듯이 감정이란 것도 결국에는 일시적이다. 처해있는 모든 상황도 결국에는 흘러가게 되어 있다. 그렇다면 그저, 그 흐르는 상황에 몸을 맡기고 마음을 내어놓고 순간을 받아들이면 되는데.

나는 왜 그럴까. 왜 그렇게 행복을 불안해하는 걸까. 소중한 순간이 찾아올수록 왜 나는 제일 먼저 끝을 생각하게 되는 걸까. 어쩌면 이것도 고질병이다. 행복이란 감정에, 자꾸만 죄책감이 뒤따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