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급차의 사이렌
가끔 그럴 때가 있다. 게으른 내가 너무나도 싫어서 어떤 식으로든 움직이고 싶을 때. 늦잠을 잔 오후, 블라인드 사이로 스미는 햇살이 너무나도 선명할 때. 청소를 해야겠다 생각하며 활짝 열어젖힌 창문 너머로 새파란 가을 하늘이 펼쳐질 때.
오늘이 그랬다.
공기는 겨울인데 하늘은 가을이었다. 집에만 있을 수 없어서 덜컥 밖으로 나갈 약속을 잡았다.
버스를 탔고 제일 좋아하는 앞자리에 앉았다. 성시경 <너의 모든 순간>을 반복해서 들으며, 찰나의 순간을 놓칠세라 시선을 창밖에서 떼지 않았다.
거리엔 다채로운 옷을 잎은 단풍나무들이 줄지어 서 있었고, 미세먼지가 없어서 그런지 오늘따라 한강도 바다와 같은 짙은 색을 띠고 있었다. 모처럼 만족스러운 풍경이었기에, 나는 그 사소한 일상이 행복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문득 귓가를 따갑게 울리는 구급차의 사이렌 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내 마음에는 죄책감이 스며들었고 그와 동시에 도로 위의 삶에 관한 생각이 나를 스쳤다.
구급차는 무슨 목적으로 이동하고 있었을까.
누군가는 이 순간 생과 사를 다투고 극한의 슬픔을 오가며 간절히 삶을 기도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어떤 이는 소중한 이와의 시간을 행복하게 즐기고 있을 지도 모르고, 또 어떤 이는 순간이 영원할 거라 믿으며 후회할 일을 반복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누군가는 행복을 누리며, 사는 건 역시 아름답다 노래하고 있을지도 모르고, 또 누군가는 온 힘을 다해 억척같이 하루를 살아내고 있을 지도 모른다.
구급차가 지나가는 짧은 순간.
나는 내가 경험하는 행복을 겸손하게 받아들여야겠다고 생각했다. 행복은 영원과 거리가 멀다. 그러니 모든 이들이 자신의 행복만을 바라는 게 아니라, 그 귀한 마음을 타인과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 넓은 도시의 길 위에서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이들이, 그저 오늘을 이 순간을 충실히 받아들이기를. 영원할 것 같은 오늘의 시련과 고난이 머지않아 끝이 나기를. 당신은 오늘도 이 힘든 세상 속에서 참 열심히 살아왔음을 기억하기를.
이 세상 모든 이들에게 신의 가호가 함께하기를.
나는 새파란 가을 하늘 아래서, 우리 모두의 행복을 간절히 바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