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의 여행

일상에서 벗어나기

by 흐를일별진



묘한 습관이 하나 있다. 습관이라면 습관일 수도 있고 강박이라면 강박일 수 있는. 혹은 세상을 즐기는 나만의 작은 방식.


출퇴근 길 버스를 타면 늘 우측 제일 앞자리를 선호하고, 기차를 탈 때는 해 질 무렵의 서쪽. 해 뜰 무렵의 동쪽 창가 좌석을 찾아가는 것. 그렇게 길 위에서, 자연의 아름다움을 온몸으로 만끽하는 것.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빛을 피하지 않고, 가리지 않고 그 온기를 고스란히 받아들이는 것. 그 빛을 마주한 채 눈을 감고, 어둠을 옅게 만드는 빛의 잔상에 집중하는 것. 귓가에는 고르고 고른, 그날의 BGM이 흐르고 시선에는 삶의 풍경이 머무는, 지극히도 행복한 일상의 한때를 충분히 즐기는 것.



아주 가끔, 난 왜 늘 같은 자리에 머물러 있는 걸까. 다들 사랑하고 마음을 주고 꿈을 향해 달려가며 재밌게 사는 것 같은데, 내 인생은 왜 남들과 다를까 고민했던 때가 있었다.


그때마다 일상에 변화를 주기 위해 내가 했던 행동이, 바로 길 위의 여행을 즐기는 거였다. 길은 우리의 삶이고, 삶은 곧 인생이며, 인생이란 결국 죽음을 향한 여행과 같기에, 길 위의 시간은 생각보다 많은 걸 깨닫게 했다. 내 삶에서 한 발짝 떨어져서 나와 주변을 바라보는 일. 나 자신에게 거리를 두는 일.



지금, 이 순간.

나는 가족을 향해 가는 ktx 기차 안, 그 길 위에 있고, 해 질 무렵의 서쪽 좌석은 새삼스럽게 내가 가진 것을 떠올리게 하는 중이다. 내 옆의 사람, 내 안의 마음. 나는 어떤 말을 하고 싶고 어떤 마음을 전하고 싶은지. 지난 몇 주간 누르고 눌러왔던, 혹은 모른 척했던 어떤 것들이 조금씩 고개를 들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아. 어쩌면 이번의 짧은 여행이 12월의 많은 걸 바꿀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