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자신을 지키는 일

by 흐를일별진



추측(推測)

1. 미루어 생각하여 헤아림

2. 미래의 일에 대한 상상이나, 과거나 현재의 일에 대한 불확실한 판단을 표현하는 일





사람의 마음이라는 건 뜻대로 제어되지 않기 때문에 살다 보면 자신의 마음으로부터 도망치고 싶은 순간이 온다. 새롭게 무언가를 시작하거나, 문득 어떤 사람이 좋아질 것만 같을 때. 깊어지는 게 두렵고, 현실을 마주하기가 무서워서 뒷걸음질 치고 싶어질 때.


나는 감정의 동요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종종 추측을 이용해 달아오른 마음을 식히곤 했다. 부정적인 추측을 하되 크게 상처받지 않을 정도의 범주에서, ‘우리는 어차피 안 될 인연’, ‘결국 노력해도 불가능한 상황’을 상상하며 마음을 다잡는 거다.

가끔은 추측을 이용해 상황을 바꿔보려는 내가 한심하게 느껴진 적도 있었다. 제대로 현실을 마주해야 함에도 상처받는 게 두려워서 피할 방법을 찾은 게 추측이었으니까.

하지만 추측을 통해서 심장 박동이 진정된다는 것은 삶에 안정이 찾아온다는 소리와도 같았다.


물론 이런 태도가 타인과의 관계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때에 따라 많은 것을 잃게 된다고 하더라도, 나는 상처로부터 나 자신을 지킬 필요가 있었다. 나이가 들수록 내가 지켜야 하는 건, 관계 속의 자신이 아니라 오롯이 분리된 나라는 걸 깨닫고 있으니까.


결국, 나는 매 순간 같은 선택을 하게 된다. 시작하기도 전에 온갖 추측으로 마음을 막아버리는 것.

나는 내가 다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러니 관계가 확장되지 않더라도 내 인생의 감정 길은 그저 평탄한 오솔길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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