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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디지만 우아하게 Oct 28. 2016

페다고지

Pedagogy of the Oppressed

글, 그리고 길

배낭을 메고 길에 오르듯 글과 함께 길에 오른다. 때론 글이 길을 이끌기도 하고, 때로는 길 위에서 글을 마주하기도 한다. 시와 철학은 우리의 삶을 낯설게 한다. 우리는 여행을 하며 오래된 자신을 만난다. 그렇게 우리는 길 위에서 시와 철학자가 된다. 길 위에서 글을 만난다. 



페다고지


페다고지라는 책이 있다. 브라질 출신 파울로 프레이레(Paulo Freire)의 저서이다. 영문 번역본 이름은 'Pedagogy of the Oppressed'으로 우리나라에는 '억눌린 자의 교육학' 정도로 알려져 있다. 지금까지 가장 많이 읽어본 책 중 하나다. 내용이 흥미로워서기도 하지만 한 번에 쉽사리 이해되지 않기에 그렇다. 국문 번역본을 읽은 이유도 역자가 어떻게 책의 내용을 이해하고 있는지 궁금해서였다. 배낭에 책을 넣어 4-5번 정도 국경을 넘었다. 낯선 여행지에서의 새로운 사색이 좋았고, 이따금 책에 관심을 보이는 여행자들과의 대화가 좋았다.


마음에 다가온 책의 내용 몇 가지는 대략 이렇다. 오직 억눌린 자들만이 온전한 인간성을 회복시킬 수 있다. 교육은 현상을 이해하고 그에 문제를 제기하는 상호작용이다. 저자는 이를 문제제기 교육(problem-posing education)이라고 말한다. 교사와 학생은 서로의 교사인 동시에 서로의 학생이다. 우리는 존재하기 위해 세상을 이름 짓고 또한 세상을 변화시킨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문구는 영문으로 남기고 싶다. "We name, rename and change the world in order to exist."


저자인 파울로 프레이레와 페다고지를 어떤 하나의 범주로 정의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위에서 간단히 열거한 내용에서도 그는 이미 철학자이며 교육자이고, 언어학자이며 또한 해방운동가이기도 하다. 20세기에 쓰인 페다고지가 이미 고전의 반열에 오른 이유이지 않을까 싶다.


토마스 쿤(Thomas Samuel Kuhn)은 과학혁명의 구조라는 책에서 처음으로 패러다임 전환이라는 용어를 소개했다. 일례로 패러다임은 우리가 사용하는 알파벳의 'a, an, the' 등의 정관사/부정관사 사용의 범례를 지칭하는 말이다. 이 범례에 따라 모든 영어학습자는 자연스레 정관사/부정관사를 사용하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전통에 변화가 발생할 때 우리는 이것을 패러다임 전환이라고 부른다.


페다고지를 권하고 싶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내가 만난 페다고지는 도도하게 흘러온 교육학의 흐름에 커다란 파문을 일으킨다. 오랜 시간 흘러온 물줄기가 굽어 흐를지, 옆으로 작은 물줄기만 내어줄지, 아니면 지금처럼 유유히 흘러갈지 알 수 없다. 다만 우리가 경기를 응원하듯 결과만이 아닌 변화의 과정에도 함께 참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 또한 오늘날 민주주의의 위기를 말하는 우리에게 의미 있는 조언을 들려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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