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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디지만 우아하게 Nov 15. 2016

시민의 불복종

Civil Disobedience

글, 그리고 길


배낭을 메고 길에 오르듯 글과 함께 길에 오른다. 때론 글이 길을 이끌기도 하고, 때로는 길 위에서 글을 마주하기도 한다. 시와 철학은 우리의 삶을 낯설게 한다. 우리는 여행을 하며 오래된 자신을 만난다. 그렇게 우리는 길 위에서 시와 철학자가 된다. 길 위에서 글을 만난다.



시민의 불복종


기차여행이 좋다. 침대열차와 완행열차를 좋아한다. 한국에서는 무궁화호에 종종 몸을 싣는다. 어디론가 가야 한다면 그 길에서 자기를 위한 작은 공간과 여유 정도는 있으면 좋겠다. 지난 10월 부산, 11월 대전으로 향하는 기차에서 '시민의 불복종'을 읽었다. 미국 철학자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의 대표적이다. 영문 제목은 'Resitatnce to Civil Government'였으나 소로우의 사후에 'Civil Disobedience'로 더 알려졌다고 한다. 아마 윌리엄 페일리의 '시민의 정부에 대한 복종의 의무'에서 착안하지 않았을까 추측해본다.


월든을 통해 처음 소로우를 알았다. 그의 또 다른 대표작으로 다음 기회에 소개하려고 한다. 소로우는 철학자이며 교육자이고 무엇보다 시인이기도 하다. 내가 가진 번역본의 전반부는 '시민의 불복종', 후반부는 소로우의 시와 에세이다. 소로우의 문학을 한국에 소개하는 역자의 노력과 배려가 고맙다. 소로우의 철학과 사상도 그렇지만 그의 시와 에세이가 좋아서 이 책을 가지고 다녔다.


기차에서 책을 읽으려니 주변 사람들의 관심이 느껴진다. 활자로 된 책을 읽는 청년이 신기하려니 생각하고 넘어갔지만 관심의 이유는 책에 있었다. 표지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시민의 불복종'이라는 제목. 책도 시류를 따라 흐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우리는 지금 책이 아닌 세상을 통해 유례없는 시민의 불복종을 읽고 있다. 그래서 무정부가 아닌 더 나은 정부를 외쳤던 소로우의 글이 더욱 현실감 있게 다가온다.


19세기를 살았던 소로우는 노예제도와 멕시코 전쟁에 반대해서 인두세 납부를 거부했고 감옥에 갇혔다. 그가 감옥에 있었던 시간은 하루에 불과하다. 소로우의 친척이 그 몰래 인두세를 대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감옥에서의 하루는 소로우가 개인가 국가에 대해 성찰하기에 부족한 시간은 아니었다. 그리고 그의 생각은 간디와 마틴 루터 킹을 포함해 자유를 열망하는 이들과 함께 지금도 우리에게 이어지고 있다.


소로우는 말한다. 노예의 나라에서 자유인이 명예롭게 기거할 수 있는 유일한 집은 감옥이다. 그는 감옥에 있었지만 그의 사색은 간수들을 따라 거리 밖으로 나갔다. 마치 마을에서 자기 혼자 인두세를 낸 듯한 자유를 만끽했던 것이다.


이렇게 글을 맺고 싶다. 소로우는 우리가 먼저 인간이어야 하고 그다음에 국민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내가 만난 소로우는 먼저 시인이었고 다음으로 사상가였다. 그는 매 순간 삶을 노래하는 시인이었다. 그래서 그는 아름다운 언어로 사회와 국가에 깊은 무게감을 전할 수 있었다. 어떠한 정치와 사상의 공감대를 형성하기에 앞서 시민의 불복종을 통해 소로우 내면의 깊고 맑은 삶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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