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어오는 모든 바람을 온몸으로 받아내던 시절. 그런 나에게도 위로의 말이 있었다. "멈춰 서는 것에도 용기가 필요하다." 달리는 것보다 더 불안하게 멈춰 섰다. 마치 어울리지 않은 옷을 입은 소년처럼. 여전히 호흡은 가빴고 볼은 붉었다. 그래도 괜찮다. 새로운 용기를 배우기 시작했으니까. 그걸로 충분했다.
물속에서 땀이 흐른다. 멈춰 선 자리에서 나는 달음질보다 힘겹다. 하나같이 제자리에 있지만 누구 하나 휘청이지 않는 이 없다. 멈춰있지만 정지할 수 없는. 어쩌면 스쳐 지나가는 풍경과 함께 흐려지기 위해 오늘도 달리기를 멈추지 않은 건 아닐까. 아니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