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더디지만 우아하게 Oct 25. 2018

달음박질

불어오는 모든 바람을 온몸으로 받아내던 시절. 그런 나에게도 위로의 말이 있었다. "멈춰 서는 것에도 용기가 필요하다." 달리는 것보다 더 불안하게 멈춰 섰다. 마치 어울리지 않은 옷을 입은 소년처럼. 여전히 호흡은 가빴고 볼은 붉었다. 그래도 괜찮다. 새로운 용기를 배우기 시작했으니까. 그걸로 충분했다. 


물속에서 땀이 흐른다. 멈춰 선 자리에서 나는 달음질보다 힘겹다. 하나같이 제자리에 있지만 누구 하나 휘청이지 않는 이 없다. 멈춰있지만 정지할 수 없는. 어쩌면 스쳐 지나가는 풍경과 함께 흐려지기 위해 오늘도 달리기를 멈추지 않은 건 아닐까. 아니라면 좋겠다.

작가의 이전글 그럴수록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