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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디지만 우아하게 Nov 26. 2016

이방인

L'Étranger

글, 그리고 길


배낭을 메고 길에 오르듯 글과 함께 길에 오른다. 때론 글이 길을 이끌기도 하고, 때로는 길 위에서 글을 마주하기도 한다. 시와 철학은 우리의 삶을 낯설게 한다. 우리는 여행을 하며 오래된 자신을 만난다. 그렇게 우리는 길 위에서 시와 철학자가 된다. 길 위에서 글을 만난다.



이방인


전람회가 부른 이방인이라는 노래가 있다. 같은 제목의 알베르 카뮈의 책을 처음 접했다. 제목은 가볍고 흥미롭지만 내용은 제법 무겁다. 프랑스 사람인 카뮈는 알제리에서 태어나서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책 이방인의 배경도 그가 태어난 알제리다. 알려진 것처럼 어머니의 죽음을 알리는 소식으로 글이 시작된다.


이틀 동안 이방인을 읽으며 떠나지 않는 생각이 있었다. 로버트 오펜하이머는 단테의 신곡을 원문으로 읽기 위해 이태리어를 공부했다고 한다. 언젠가 이방인을 프랑스어 원문으로 다시 읽고 싶다. 국문 번역본의 의미가 완전하지 않다는 느낌과 함께 내 이해가 그에 미치지 못한다는 생각이 맴돌았다. 물론 역자와 편집자의 노력에 항상 감사한다. 읽을 수 있는 원문이 국문과 영문이 전부라는 사실이 불현듯 애석하다.


이방인은 시종일과 차분하고 일면 어두운 분위기의 글이다. 주인공이 비관적이어서 그런 건 아니다. 오히려 주인공은 누구보다 삶을 긍정하고 있다. 어머니의 죽음과 살인, 수용소 생활과 사형 판결에도 그는 침착하다. 마치 자기 자신을 타자로 여기는 듯 보인다. 그에게는 본인뿐만 아니라 어머니와 여자친구도 이방인이었다. 그리고 주인공 또한 주변 사람들에게 이방인으로 남는다.


앞서 카뮈를 프랑스인으로 소개했다. 프랑스 혈통이지만 알제리 태생이다. 어머니는 스페인계 여성이다. 이방인이라는 책의 제목과의 접점을 생각해본다. 우리는 모두 이방인이다. 비단 산티아고 순례길을 가지 않아도 우리 모두 각자의 순례길을 걷고 있다면 또한 이방인의 삶을 살고 있노라 말할 수 있다. 우리는 모두 전인미답의 순례길에 오른 이방인이다. 


마지막으로 마음에 기억되는 문구를 남긴다. "그때 나는 단 하루만 산 사람이라도 쉽사리 백 년쯤은 감옥에서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 사람이라도 얼마든지 추억할 거리가 있어 심심하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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