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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디지만 우아하게 Nov 29. 2016

고독의 의미

그댄 아나요

잊히지 않는 노래가 있다. 이적이 부른 '고독의 의미'. 그리고 가사 한 소절. "그댄 아나요 내 고독의 의미를". 무반주에 가까운 적막함과 잔잔한 기타 반주에도 고독이 배어있다. 노래를 들으면 즉흥적으로 멜로디와 가사를 읊조린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노래보단 오히려 담담한 자기고백을 닮았다. 고독이 어떻다고 말하지 않는다. 그저 되묻는다. 내 고독의 의미를 아나요.


뭐라고 말하긴 어렵다. 하지만 불쑥 고독이 찾아온다. 그리고 주인 없는 적막이 밀려온다. 왜 외로운지 무엇이 그리운지 알 수 없기에 늘 기약 없는 만남과 헤어짐이다. 그림자처럼 따라오지만 찬란한 태양빛 아래에도 눈물이 글썽여지는 하루에는 빛으로도 고독을 가리기 어렵다. 고독하지 않은 사람, 생을 살아보지 않았다고 말하고 싶다.


고독하고 싶은 날, 좀처럼 고독이 찾아오지 않는다. 키 순서대로 세워두지 않는 책장 속 책들이 생각난다. 답장하지 않은 손편지들이 떠오른다. 벽에 기대어 세워두지 않은 젖은 욕실 슬리퍼가 기억난다. 나는 지금 이 순간에 있지만 내 의식은 온 우주를 따라 흘러간다. 우주의 끝 미지의 세계까지 닿을 수 있을 것만 같다.


그런 날도 있다. 분주한 몸과 작별을 하고 의식이 멈춰서는 날. 늪에 빠진 날. 겨울잠을 자던 감각이 깨어난다. 계절을 느낀다. 지나가는 하루가 선명하게 보인다. 마치 태어나 처음 보는 것처럼 떨어지는 나뭇잎의 우아한 춤사위와 완벽하리만큼 안정적인 착지를 지켜본다. 다시 바람에 날리는 수많은 나뭇잎의 모습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온 세상이 느리게 움직이는지 단지 내 걸음이 조금 느려진 건지 알 길이 없다. 


나에 대한 관심이 흐려진다. 그저 낯선 내가 남아있다. 그동안 친숙했던 나와는 잠시 이별이다. 홀로 존재하는 나는 이제 없다. 대신 또 다른 많은 나를 만난다. 자연과 추억, 아픔과 행복, 후회와 여백에서 나를 발견한다. 의미 없는 것은 하나도 없었던 것처럼, 그렇지만 무엇이 의미인지 알 수 없는 모호함으로 마주한다. 가리어진 길처럼 고독은 굳게 그 입을 다문다. 답하는 이 없기에 그저 느낄 뿐이다. 내 고독의 의미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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