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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디지만 우아하게 Dec 02. 2016

월든

Walden

글, 그리고 길


배낭을 메고 길에 오르듯 글과 함께 길에 오른다. 때론 글이 길을 이끌기도 하고, 때로는 길 위에서 글을 마주하기도 한다. 시와 철학은 우리의 삶을 낯설게 한다. 우리는 여행을 하며 오래된 자신을 만난다. 그렇게 우리는 길 위에서 시와 철학자가 된다. 길 위에서 글을 만난다.



월든, 숲 속의 생활


두꺼운 책 한 권을 꺼냈다. '월든'이라는 제목의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Henry David Thoreau)의 글이다. 책 아래에 2010.4.2라는 날짜가 적있다. 고속버스를 기다리며 터미널 내 서점에서 책을 샀던 기억이 있다. 언 6년 만에 다시 꺼내본 셈이다. 이런 경우엔 두 가지 의무감이 생긴다. 책장에 오래 방치해둔 미안함과, 얼른 읽고 다시 방치해두려는 상반된 생각. 어쨌든 보통의 경우처럼 순수한 마음으로 독서를 시작한 건 아니었다.


월든은 신기하다. 한참 흥미롭게 책을 읽고 보면 겨우 몇 장의 페이지가 넘겨졌을 뿐이다. 저자의 정체성도 혼란을 일으킨다. 철학자로 시작한 소로우는 점차 농부, 건축가, 어부, 목수, 시인, 식물학자, 사회운동자, 그리고 나열하지 못한 수많은 옷으로 수시로 자기를 감춘다. 가장 놀라운 건 자연에 대한 그의 해박한 지식이다. 그러한 면모는 소로우의 다른 산문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소로우는 자연과 나무에 대한 글을 많이 적었다.


분명한 장점도 있다. 무거운 이야기는 차치하고 월든을 읽고 나면 다른 책들이 비교적 가볍게 느껴진다. 월든은 결코 지루한 책은 아니지만 어떤 의미에서 철학과 과학, 역사처럼 여간 읽기가 쉽지 않다. (수정 중, 중략)


분명한 장점도 있다. 무거운 이야기는 차치하고, 월든을 읽고 나면 다른 책들이 비교적 가볍게 느껴진다. 월든은 결코 지루한 책이 아니지만 어떤 의미에서 철학과 과학, 역사처럼 여간 읽기가 쉽지 않다. 마치 풀 마라톤을 완주한 사람이 하프마라톤을 대하는 마음이라고 할까? 다른 책들의 의미와 깊이를 비교하는 게 아니다. 다만 책을 대하는 태도와 마음가짐에 대한 이야기다. 그처럼 월든은 낯선 신선함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월든을 통해 소로우는 19세기를 살았지만 21세기의 환경의식을 가진 사람이라는 평을 받는다. 정작 소로우 본인이 좋아할 만한 평가인지는 모르겠다. 오늘날 환경은 생각보다 많이 아프고 우리는 생각보다 더 부지런히 병을 악화시키고 있다. 지금 우리는 일종의 건강 강박증에 시달리며 무병장수를 위해 자연을 착취한다. 그런 우리에게 소로우는 자연에서 발견한 한 두 개의 약초만 먹지 말고 건강의 근원인 자연을 오롯이 껴안으라고 말한다.


월든은 소로우가 호숫가에서 보낸 2년의 숲 속 생활에 대한 글이다. 그렇기에 소소하고 생동감 넘치는 표현들로 가득하다. 만약 평소에 조금은 급한 마음으로 책을 읽었다면 월든은 조금 여유를 두고 읽기를 권하고 싶다. 마음속으로 월든 호숫가를 떠올리고, 호수에 한 척의 배를 띄워 몸을 싣고 물결을 따라 자유롭게 흘러가는 상상을 하며 책을 읽으면 좋겠다. 그제야 소로우가 남긴 월든 호숫가의 아름다움을 조금이나마 공감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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