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낭을 메고 길에 오르듯 글과 함께 길에 오른다. 때론 글이 길을 이끌기도 하고, 때로는 길 위에서 글을 마주하기도 한다. 시와 철학은 우리의 삶을 낯설게 한다. 우리는 여행을 하며 오래된 자신을 만난다. 그렇게 우리는 길 위에서 시와 철학자가 된다. 길 위에서 글을 만난다.
새로운 나로 다시 태어나고 싶은데
서평을 위해 한 권의 책을 읽었다. 한문을 이해하지 못하지만 내 마음대로 원제목을 번역하면 이렇다. '너 자신이 되거나 아니면 깡통이 되거나...' 흥미로운 제목이다. 무리카미 하루키 씨를 생각나게 한다. 더 흥미로운 건 깡통도 나름의 미덕이 있다는 사실이다. 저자의 매력이자 책의 핵심이다. 나는 꼭나 자신이거나 또는 깡통일 필요가 없다. 실제로 그럴 수도 없다. 나는 나이면서 동시에 깡통이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스스로에 대한 과대평가나 과소평가는 우리의 자리를 벗어나게 한다. 해결책은 하나다. 진솔하고 담백하게 자신의 자리를 발견하는 것이다. 그리고 돌아가면 된다. 단점과 한계는 비슷하지만 같지 않다. 서평에 대한 생각도 비슷하다. 제법 오래전에 첫 서평을 적었다. 지금도 종종 서평을 쓴다. 아쉬운 점우 서평과 리뷰, 다시 말해 감상과 요약의 경계가 점차 흐려지고 있다. 서평은 글을 읽고 사색하는 과정이다. 음미에 가깝다. 반면 그저 줄거리만 요약하는건 1라운드 경기를 마치고 부랴부랴 집으로 달려가는 선수와 다르지 않다.
책의 도입부가 무척 인상적이다. 워크숍을 앞둔 저자에게는 매번 자신감과 긴장감이 공존한다. 전문 강사로서의 자신감. 그리고 새로운 관중 앞에서의 긴장감. 일면 상반되는 감정들이지만 저자는 이렇게 대처한다. "맞아 나 긴장했어." "맞아, 하지만 나는 워크숍을 제대로 진행하는 방법을 알고 있어. 나는 전문 트레이너야." "맞아, 이 두 가지 모습 다 나야. 나는 긴장하기도 하고, 워크숍을 제대로 진행하기도 하지. 이 두 가지 모습 모두 다 나야." "맞아, 이 두 가지 모습 다 나야. 그리고 나에게는 이보다 훨씬 더 다양한 모습들이 있어." (p. 33)
대학 시절, 소위 면접 모범답안이 있었다. 문제라면 답안의 종류가 너무 다양했다. 예를 들면 이렇다. 만약 면접관이 '면접이라 많이 긴장되나요?'라고 묻는다면 어떻게 대답하는 게 좋을까? 어떤 사람들은 조금의 빈틈도 보이지 말라고 조언한다. 다른 사람은 긴장감을 솔직하게 표현하라고 말한다. 무엇이 정답일까? 대답은... 글쎄. 모범답안은 아니지만 나라면 이렇게 말할 것 같다. "네, 긴장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생각처럼 쉽지가 않은 것 같습니다. 긴장하지 않을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즐거운 마음으로 면접에 임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실제 면접에서도 이렇게 말했다. 상황에 따라 방식은 조금씩 달랐지만 매 순간 솔직했고 거짓 없이 마음을 전했다. 그걸로 충분했다.
예전에 이런 글을 적었다. 책의 제목은 시류를 따라 흐른다. 새로운 나로 다시 태어나고 싶은 사람들이 많은 요즘인가 보다. 헤르멘 헤세는 이렇게 말했다.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작은 금이어도 괜찮다. 알 밖의 세상이 생각보다 혹독해도 괜찮다. 스스로 새이길 포기하지 않는 한 그 투쟁에 실패란 없다. 거창한 말이지만. 새로운 무언가를 향해 걷는 모든 이들에게 응원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