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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lmarenvento Apr 05. 2020

우리 몸이 세계라면

글, 그리고 길


배낭을 메고 길에 오르듯 글과 함께 길에 오른다. 때론 글이 길을 이끌기도 하고, 때로는 길 위에서 글을 마주하기도 한다. 시와 철학은 우리의 삶을 낯설게 한다. 우리는 여행을 하며 오래된 자신을 만난다. 그렇게 우리는 길 위에서 시와 철학자가 된다. 길 위에서 글을 만난다.



우리 몸이 세계라면


김승섭 교수님의 두 번째 책을 읽었다.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면서 몇 가지 생각이 스쳤다. 이른 주말 아침, 조금은 예고 없이 저자에게 메일을 보냈고 불과 한 시간이 지나지 않아 답장을 받았다.


책에서 인용된 글 중에 인상적인 내용이 있었다.


In a world obsessed with longevity and freedom from pain, Mr. Illich studied and practiced the art of suffering.


철학은 타자화에서 시작된다. 낯설게 하기라는 표현이 조금 더 직관적이다. 무언가를 이해하기 위해서 그것에서 한 걸음 떨어져 대상을 바라본다. 우리 자신도 예외가 아니다. 예를 들면, 철학은 죽음을 앞둔 상황에서 죽음과 나를 분리해서 이해하려고 시도한다.


저자의 인용문은 그와는 다르다. 의학은 우리와 고통을 분리한다. 환자와 질병을 분리하고, 환자들로 하여금 그와 같이 인식하도록 이끈다. 오롯이 삶을 살아온 누군가에게 잃어버린 무언가가 생긴 셈이다. 질병과 고통을 환영할 수는 없다. 그들은 언젠가 반드시 지나가야 할 손님이다. 다만 그 고통의 한가운데에 있는 우리는 질병의 유무와 상관없이 오롯이 우리 자신이다.


좋은 질문으로 시작된 조약돌 하나가 깊은 물결의 흐름을 만들어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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