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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디지만 우아하게 Dec 27. 2016

새해맞이

청춘의 푸른 봄 날을 그리며

쉽사리 바뀌지 않는 게 있다. 바로 습관이다. 습관을 고치지 않는 것도 습관이 되어 버렸다. 한 해가 기울어갈 즈음 늘 떠날 곳을 생각한다. 새해와 생일에는 혼자 여행을 다니곤 했다. 밀려오는 외로움을 이겨내는 나름의 방어기제 인지도 모르겠다. 신년과 생일이 가까워서 새해 첫 여행을 끝낼 즈음에는 이미 생일 여행을 상상하며 들떠 다. 그래서인지 나의 새해는 제법 근사했다.


다가올 신년에는 그러지 못할 것 같다. 여행 대신 모처럼 한국에서 가족과 새해를 맞으려고 한다. 외국에서 보던 화려한 조명은 없다. 신나는 거리의 악사도 없으며 북적한 친구들의 웅성거림도 없다. 그렇다고 낭만이 줄어들지는 않는다. 낭만은 주광들 불빛 아래 찾아오는 낯선 차분함과 닮았다. 신기하게도 온기란 고요를 타고 스며들곤 한다.


그래도 한 번은 홀로 떠나는 여행을 권하고 싶다. 우리는 가족과 명절을 보내고 연인과 성탄절을 맞는다. 물론 예외는 있겠지. 새해와 생일은 나름의 좋은 핑계가 될 수 있다.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 해봐도 좋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모두 전인미답의 길을 걷는 순례자이다. 그래도 여기 앞서간 한 사람이 있으니 조금이라도 마음의 물결이 동요한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한 해 수고가 많았어. 많이 넘어지고 때론 실수도 있었지. 그렇지만 넌 제법 괜찮았어. 한 살이 더해진 나이가 마냥 두렵진 않아. 너의 오늘이 그러하듯 너의 내일과 그다음 날도 청춘의 봄날처럼 푸르게 빛날 거야. 나는 너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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