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글을 쓰지 못했다. 바쁘다는 핑계가 있긴 했다. 하지만 지금보다 분주했던 날들은 셀 수 없이 많았다. 그때도 지금처럼 글을 멀리하지는 않았다. 그럼 이유는 뭘까? 깊이 고민해보지 않은 오늘의 대답은 익숙해짐이다. 뭐랄까, 어느새 그럭저럭 바쁜 삶에 익숙해졌다. 새벽에 수영을 하고, 저녁에 영어공부를 하는 적당한 만족감에 익숙해졌다. 아이를 키우고 가족을 보살피는 긴장감에 익숙해졌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면 오히려 금방 알아차렸을 텐데, 되레 뭔가 남들과는 조금 다른 열정을 가졌다는 위로감에 익숙해진 삶을 돌아보지 못했다. 조금은 생각도, 감정도, 마음도 건조해졌던 게 아닐까. 안정적인 열정. 오늘은 왠지 이 표현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미지근한 하루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