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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디지만 우아하게 Feb 03. 2017

노인과 바다

The Old Man and The Sea

글, 그리고 길


배낭을 메고 길에 오르듯 글과 함께 길에 오른다. 때론 글이 길을 이끌기도 하고, 때로는 길 위에서 글을 마주하기도 한다. 시와 철학은 우리의 삶을 낯설게 한다. 우리는 여행을 하며 오래된 자신을 만난다. 그렇게 우리는 길 위에서 시와 철학자가 된다. 길 위에서 글을 만난다.



노인과 바다


대학에서 함께 꿈을 나누던 친구가 있었다. 지금보다 조금 더 소년다웠던 어느 날, 친구에게서 메일을 받았다. 격려와 응원, 그리고 미안함이 담긴 메일이었다. 하단부에는 이런 내용의 글이 적혀 있었다. '꿈에 한 걸음씩 다가가는 너를 응원하며... 5년 전 말했던 바다를 항해하고 싶다던 꿈도 언젠가 이루길 바랄게...'. 메일을 읽고 한 동안 마음이 먹먹했다. 그래, 스무 살의 나는 바다를 항해하는 꿈을 간직하고 있었다. 그리고 5년이 지난 그 날의 나는 그 꿈을 잊고 살아왔다.


바다는 누군가의 동경이다. 파도를 보며 심장의 고동을 느낀다. 살아있음을 느낀다. 노인도 예외가 아니다. 어부가 되기 위해 태어난 산티아고 할아버지. 그에게 바다는 희망과 좌절이며 생명이자 죽음이다. 어부가 아닌 나에게도 그렇다. 기억이 시작된 순간부터 성인이 되기까지 늘 바다와 함께였다. 다랑어와 청새치, 상어를 잡을 용기와 기술은 없었다. 그래도 바다가 좋았다. 그저 좋았다.


물고기와 바닷새, 심지어 자기 팔다리와 대화하는 할아버지가 인상적이다. 가장 고독한 그 순간이 때론 가장 충만한 시간이 되곤 한다. 뭐라 글로 표현할 순 없다. 하지만 경험해본 사람들은 결코 있지 못하는 순간들이 있다. 사막이던 바다던 설산이던, 한없는 적막함에 생각조차 멈출 때 불현듯 세상 모든 것들과 연결된 듯한 느낌을 받는다. 외로움은 발길 조차 닿을 수 없는 생동감으로 충만한 곳이다.


지난여름 하롱베이의 바다를 마지막으로 계속 뭍에 있었다. 다시 바다에 가야겠다. 그리고 오래도록 잊지 않을 꿈을 마음에 새겨야겠다. 고마운 글이다. 헤밍웨이의 마지막 영감에 고마움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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