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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첫째

by 더디지만 우아하게

둘째이자 막내로 태어난 나는 부모님의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랐다. 부모님께서 나를 편애하시지는 않았지만 막내라는 안정감에 안도하는 순간이 많았다. 그래서인지 여전히 누나에게 고마움과 미안한 마음이 있다.


둘째 아이 출산을 한 달여 앞둔 지금, 첫째와 둘째에 대한 내 생각이 사뭇 달라졌음을 느낀다. 예전에는 내가 막내로 자랐기에 마냥 막내가 좋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아내가 둘째를 임신한 후로는 첫째를 더욱 사랑해줘야 한다는 조언을 떠올리며 첫째에게 오롯이 집중하기 위해 의식적으로 노력을 기울였다.


그렇게 첫째 아이를 바라보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언젠가부터 이런 생각이 들었다. '넌 나에게 정말 커다란 기쁨이자 설렘이었구나.' 첫째가 생겼다는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의 떨림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초음파로 만나는 짧은 시간은 행복한 기다림이었다. 엄마 배속에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했고, 말수가 적은 나였지만 많은 말들을 꺼내놓았다. 첫째를 위해 글을 쓰면서 많이 울고 웃었다. 그렇게 넌 나의 찬란한 기쁨이었다.


누나도 부모님께 그런 존재였을까? 나는 그저 철없는 동생인 내가 좋아서 누나한테 미안한 마음을 안고 살았는데 어쩌면 우리 부모님에게 누나가 이토록 빛나는 기쁨이었겠구나 생각하니 눈물이 맴돈다. 누나가 첫째라서 다행이다.


이제는 조금이지만 둘째를 맞이할 준비가 된 듯하다. 어린 생명을 돌보는 일에 많은 시간과 관심이 필요하겠지만 그 분주함이 첫째의 소중함을 가리지는 못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2024.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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