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열과 허브티의 따뜻함
오늘은 머리가 아팠다. 지금도 아프지만 글을 쓰려고 책상에 앉았다. 미열이 주는 몽롱함에 종일 구름 위에 몸을 맡기고 둥둥~ 떠다녔다. 조금은 아늑했고 다시 조금은 불편했다. 근래에 언제 아팠던 적이 있었는지 생각해봤다. 최근 몇 달은 그다지 아팠던 기억이 없다. '아~ 나는 제법 건강하구나, 다행이다'라고 안도할 법도 하건만, 호기심이 먼저 생겼다. 왜 나는 아프지 않았을까. 그리고 왜 나는 그게 궁금할까. 여전히 미열로 머리가 몽롱한가 보다.
스타벅스에 다녀왔다. 친구가 보내준 기프티콘을 보여주고 다른 메뉴로 교환이 가능한지 물었다. 이런 건 아무래도 익숙하지 않다. 예전부터 지금까지 옥탑방 한편에 쌓아둔 아날로그 구닥다리가 더 친근하다. 다시 돌아와서, 메뉴는 교환할 수 있었지만 기프티콘에 가격이 있어서 덕분에 의무적으로 가장 큰 사이즈의 허브티를 주문했다. 카드를 건네었더니 추가금액이 없다고 하길래 머쓱하게 다시 카드를 지갑에 넣고 있는데 시야 가까이로 밝은 미소를 띤 얼굴이 불쑥 들어왔다. 고개를 들었더니 여성 점원 두 분이 함께 박수를 치며 나를 축하하고 있었다. 어리둥절해서 어색한 미소를 짓자 점원 한 분이 무료쿠폰에 당첨됐다고 말해줬다. 이런 종류의 행운과는 거리가 멀었던 탓에 신기했지만 무엇보다 점원분들이 진심으로 축하해주고 있어서 놀랐다. 아니라고 한다면 달리 할 말은 없지만, 나는 그렇게 진심을 느꼈다. 왠지 다음에 만나면 손뼉을 마주치며 인사하고 싶을지 모르는 친근감이 싹텄지만 그러지 않기로 했다. 사람은 늘 각기 다른 마음의 속도로 서로를 향해 달려가고 있으니까. 친구가 보내준 기프트콘이 있어서 무료로 차를 마셨는데 다시 무료쿠폰이 생기니 뭔가 신기한 하루였다. 굳이 말하자면 무료 1+1 정도로 해두자.
삶은 여전히 아름답다. 머리의 미열도 허브 향에 덮여 깊은 잠을 자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