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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디지만 우아하게 Feb 14. 2017

여백

숨, 그리고 쉼

순간은 바람보다 가볍고 영원보다 깊다.


혼자 다니는 여행의 낭만을 묻는다면 여백이라 말하고 싶다. 호흡을 머금은 숨과 간격을 담은 쉼이 있다. 나와의 사이에서 여백을 느낀다. 길에서 마주하는 새로움은 비단 낯선 사람과 자연만이 아니다. 우리는 길 위에서 오래된 나를 발견한다. 혼자인 여행이 좋은 이유다.


좋은 벗들도 만난다. 분주한 여행객에게선 발견할 수 없는 동질감에 이끌린 영혼의 조각들이다. 서로가 서로를 알아본다는 말이 조금 더 정확할지 모르겠다. 길 위에서 만난 친구들의 사진을 인화해서 운동회 만국기로 만들어봐도 좋겠다.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서두르지 않는 여행에서 만나는 소중한 인연들. 혼자인 여행이 좋은 이유다.


누군가 취미를 물을 때면 '아무것도 하지 않기'라고 말한다. 대부분 웃는다. 굳이 커다란 배낭을 메고 먼 나라까지 와서 한다는 말이 고작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라니... 내가 생각해도 조금... 하다. 초라한 답이지만 하는 수 없다. 비교적 말수가 많은 유럽 친구들은 예외 없이 매섭게 이유를 되묻는다. 침묵을 미덕으로 배운 나는 그런 열정과 호기심이 좋다. 영화 '장고'의 주인공처럼 멋지게 'I have no why'라고 말해도 좋으련만, 관심에 대한 답례로 슬쩍 취미를 '아무것도 하지 않고 오롯이 순간을 즐기기'로 바꿔 대답한다. 그럼 대부분 다시 미소를 짓는다. 처음과는 조금 다른 웃음이다. 때로는 한 마디 말과 미소면 충분하다. 혼자인 여행이 좋은 이유다.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말을 조금 바꿔서,

순간으로 기억될 여행을 위해 - 여백과 함께 길에 오르길 권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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