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방식

by 더디지만 우아하게

BEDTS(독수리예수제자훈련학교)의 지금까지 강의가 성경적인 내용을 다뤘다면 이번 사고방식 강의는 대학 교양수업을 듣는 듯한 느낌이었다. 물론 다른 강의처럼 성경에 기반하고 있으나 보다 이성적인 영역에서 우리가 믿고 있는 신앙의 본질이 무엇인지 되묻고 돌아보는 시간이었다.


내가 이해한 강의의 핵심은 문화에서 기인한 사고의 확장이 세계관을 형성하는 것이었다. 달리 말해 우리는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더라도 끊임없이 문화의 영향을 받고 있으며 그에 따른 생각들이 우리의 세계관을 강화한다. 이와 같은 우리의 사고방식이 드러나는 대표적인 방식은 우리가 무엇에 가치를 두느냐는 것이다.


우리는 말과 행동으로 믿음과 신실함을 주장할 수 있다. 모든 공예배를 지키고 적당한 수준에서의 헌신과 사역도 그럭저럭 감당할 수 있다. 하지만 집을 마련하기 위해 영혼까지 끌어모아 빚을 지거나 자녀교육을 위해 편법으로 취학지역을 옮긴다면 우리의 진정한 가치가 신실함이 아닌 부유함과 자녀의 성공에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믿음대로 살고자 하는 갈망이 없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말과 행동으로 그것을 교묘하게 가리거나 과장할 수 있음을 강조하는 것이다.


우성환 간사님은 창세기에서 아브람이 본토 친척 아비 집을 떠난 것을 익숙한 문화와 사고방식으로부터 떠나는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내가 떠나야 할 곳은 비단 우상이 지배하는 악의 땅을 의미하지 않는다. 우리는 가족과 친척과 이웃과 준거집단, 나아가 교회라는 믿음의 공동체에서도 일정 부분 정서적으로 떠나야 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내가 누구이고 무엇에 가치를 두고 어떻게 사고하는지를 여실히 바라볼 수 있다.


공동체가 주는 안락함은 생각보다 크다. 가장 위안이 되는 것은 내가 남들과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그 위안은 '나만 그런 게 아니야', '다들 그렇게 사는데 뭐'라는 생각으로 이어진다. 다른 사람들과 다르지 않기에 우리는 안정감을 누리며 그것을 당연시한다. 그리고 그러한 사고방식은 우리가 인식하는 것보다 훨씬 더 깊이 우리의 세계관에 뿌리를 내린다.


나는 이렇게 적용해 보았다. 나는 은연중에 첫째 아이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지 않았던 적이 있다. 간사님의 말씀처럼 아이에게 '쓸 때 없는 소리를 하지 말라'라고 직접적으로 말한 적은 없지만 내가 6살 난 아이의 이야기에 진심으로 반응하지 않았던 것은 내가 그 순간 아이와의 관계를 그 정도의 가치로만 여겼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내가 말하고 행동하고 가치를 두는 정도가 나와 아이의 관계를 결정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아야겠다고 다짐했다.


간사님의 강의가 좋았던 또 다른 이유는 늘 신앙 안에서 끊이지 않는 질문을 가진 나와 비슷한 사람을 만났다는 동질감이었을 텐데... 어쩌면 이것도 내가 떠나야 할 본토 친척 아비의 집일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보면 하나님 안에서 발견된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마주하는 우리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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