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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사랑(정체성)

by 더디지만 우아하게

BEDTS(독수리예수제자훈련학교) 인터뷰에서 학교장님과 간사님들이 출결을 거듭 강조하셨다. 가정과 직장이 있는 상황에서 5개월 간 매주 금요일 저녁과 토요일 오후를 할애하기란 쉽지 않은 일인 만큼 큰 각오가 필요하다. 그런 각오가 모인 학교이기에 개인의 성장과 공동체의 하나됨을 위하여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라면 출석할 것을 요청하셨고 모두 노력하며 함께 학교를 만들어가고 있다.


그럼에도 처음으로 부득이한 상황이 있었다. 타지에서 저녁에 가족 결혼식이 있어서 사전에 양해를 구했지만 토요일 하루를 불참할 수밖에 없었다. 금요일은 저녁에만 모이니 세 시간이지만 토요일은 오후 모임이라 여덟 시간의 공백이 발생한 셈이다. 가족 행사라 달리 방도는 없었지만 막상 두 달 동안 함께 강의를 듣고 훈련해 온 터라 그 시간이 더욱 아쉽고 크게 느껴졌다.


그런 중에 감사하다고 해야 할지... 정체성을 다루는 김준환 간사님의 아버지 사랑은 다른 강의와는 달리 금요일 저녁과 토요일 한 시간만 강의를 하고 이후 기도사역으로 진행되었다. 다섯 시간 중 세 시간의 강의를 듣지 못하는 상황이었는데 다행히 한 번의 강의만 불참하게 된 것이다. 지난 다림줄 강의가 목요일 하루를 더해 총 열한 시간 강의를 들었던 것에 비할 때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기도사역에 참여하지 못하는 나와 아내를 위해 강사님께서 금요일 저녁 강의 후에 따로 시간을 할애해 주셨다. 누군가를 위해 하나님의 뜻과 생각과 음성을 듣고 대신 기도해 주는 것을 대언기도라고 부른다고 한다. 나는 그날 생애 처음으로 대언기도를 받았다. 나의 아픔과 외로움을 말씀하실 때 많이 울었다. 아무도 모르는 나만의 외로움과 때로는 나도 잊고 살아왔던 그 아픔 속에 주님이 함께 계셨다. 외로움을 모를 거라는 말을 많이 들었었는데, 아픔 없이 지내온 것 같다는 말이 또 다른 나를 만들었는데, 주님은 홀로 지내온 나의 그 깊은 외로움을 알고 계신다고 말씀하셨다. 또한 많은 위로와 격려와 소망을 들려주셨다.


어쩌면 처음이라고 생각했던 대언기도가 처음이 아니었는지 모르겠다. BEDTS 인터뷰에서 학교장님과 간사님들이 나를 위해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기도해 주셨다. 오리지널 디자인팀도 하나님이 본래 지으신 나의 모습이 어떠하며 그것을 방해하는 견고한 진이 무엇인지 기도로 말씀해 주셨다. 이번 대언기도를 포함해 지난 두 달 정도의 시간 동안 마치 부인할 수 없는 증인처럼 세 번의 다른 기도로 나에게 말씀해 주셨다. 그 음성은 무척 따뜻했고 평안했고 은밀했고 강했다.


강사님이 말씀하셨다. 우리는 하나님의 자녀다. 하나님은 우주에 나 홀로 존재하는 것처럼 그렇게 우리를 사랑하신다. 더 사랑할 수 없는 그 한없는 사랑으로 우리를 사랑하신다. 존재 자체로 기쁨을 이기지 못하시는 그 아버지의 사랑이 바로 우리의 정체성이다. 나는 그 사랑을 부인할 수가 없다. 내가 어떠한 존재인지 세상이 알지 못해도 괜찮다. 나를 창조하시고 나의 아버지 되신 하나님이 친히 나의 증인이 되어 주시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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