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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디지만 우아하게 Oct 07. 2017

날아가서 슬픈 날

고등학교 1학년. 가까웠던 동아리 선배의 죽음을 처음 경험했다. 죽음의 무게를 이해하기엔 어린 나이였지만 슬픔의 무게만큼은 가슴 깊숙이 느껴졌다. 장례식장에 다녀왔던 날의 일기장에는 이런 글귀가 적혀있었다. '날아가서 슬픈 날'


다시금 가까운 가족이 돌아가셨다. '잘 가~'라는 울음 섞인 인사가 아직도 귓가에 남아있다. 사는 것도, 그리고 죽는 것도 무엇 하나 쉬운 게 없다는 걸 새삼 느꼈다. 남은 삶을 후회 없이 살아야겠노라 다짐하지만 그 다짐이 쉽게 무뎌질 거란 걸 누구보다 잘 알기에... 우리는 그렇게 무정한 삶을 살아간다. 눈물에 가려 단 한 모금의 숨도 넘어가지 않던 우리지만 금세 졸음과 배고픔이 찾아온다. 하루 정도는, 아니 이틀 정도라도 오롯이 슬픔을 간직하면 좋으련만. 우리는 또 살아간다. 다시 생에 첫 날을 사는 것처럼. 호젓하게.


날아가서 슬픈 날.

하늘로 날아간 이에게. 

땅에 남아있는 이들에게.

평안이 깃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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