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치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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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럼 많은 생애를 보냈습니다.
인간실격-다자이 오사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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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머리가 극도로 아팠던 적이 있다.
타이레놀을 그렇게 먹어도 편두통이 가시지 않아서 술을 마시며 두통을 달래곤 했다.
의사 선생님은 최대한 술을 자제하라고 하셨다.
머리가 아플 때 그런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내가 아무리 인생을 살며 죄를 지었더라도 이렇게 힘들게 고통받아야 하나?
저녁에 집에서 울기가 힘들 때가 있었는데(같은 동기와 방을 썼기 때문이다.)
그 때마다 학교 운동장에 가서 저녁에 울었다.
다른 나를 힘들게 한 사람에게 저주를 퍼붓기도 했다.
당신들도 나처럼 고통받으며 살기를 바라곤 했다.
두통이 멎어갈 때 즈음이면 하늘에 대고 기도를 했다.
나에 인생이 평안하도록 바랬다.
그리고 내 주변 사람들 또한 행복하게 지내길 기도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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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책감은 자신의 행동 및 생각에 대한 실수를 인정하는 것이다.
죄책감이 없는 사람은 친구가 없다.
또한 어떠한 배움 조차 존재하지 않는데,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지 않고서는 어떠한 것도 배울 수 없기 때문이다.
사람으로 태어나 완벽할 수는 없지만 완벽을 향해 달려간다면
자신의 분수를 깨닫는 것이 좋다.
이것은 나쁜 의도나 비하하려는 말이 아니다.
제 삶의 분수를 깨닫는 것은 인생의 눈높이를 맞추어 세상을 폭넓게 바라볼 수 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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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옛날에 만났던 당신에게
당신한테 참 하고픈 말이 많아요.
이리저리 꼬리말을 달며 설명하기에는 참으로 부끄러워 편지날리듯 글로 써봐요.
당신한테 참으로 미안하면서도 고마운 마음이 많아요.
당신한테 해서는 안될말이 많았어요.
내가 저지른 실수에 대해서 전혀 후회되지 않는다 할때 당신이 얼마나 화를 크게 내서 놀랐는지 몰라요. 당신에게 배웠던 남을 강렬히 사랑하는 법, 같이 지내면서 부끄럽지 않게 자존심을 세워주는 법,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을 껴안아 주는 법까지 당신이 하나하나 아이한테 숫자를 가르치듯 알려주었는데, 그 모든 것에 다시한번 감사하고 싶어요.
당신이 내가 힘들때에 곁에 있어 주어서 저는 그때 힘을 낼 수 있었던거 같아요.
당신은 술을 참 좋아했어요.
술을 마시면서 하루를 흥청망청 보내기 일쑤였어요.
술을 자주 마시니 주변에 잘생긴 남자들이 득실거리기 마련이었는데,내심 속으로 당신이 부러웠어요. 능력있는 사람이면서 저렇게까지 인기가 많을 수 없겠다 싶었거든요.
당신은 나한테 돈을 내라 요구한적이 단 한번도 없어요.
학생인 나로써는 감당하기 힘들었던 것을 똑같은 학생인 당신이 모든것을 감당하는 것 같았어요.
당신이랑 헤어지고 나서야 그거에 감사해요.
화를 내는 것은 참으로 당연한 일이었어요.
당신의 인생사를 깊게 말한 적은 없어도 눈만 봐도 당신의 삶이 느껴지기 마련이죠.
모든 억눌린 감정들은 썩어가기 마련이고 곧 분노로 바뀌었겠죠.
당신이 되려 저를 많이 울렸는데, 울었던 모든 순간의 잘잘못은 전부 저한테 있었네요.
저를 용서해주세요.
바람을 피운거에 대해 말을 안할수가 없겠네요.
하루밤 취기에 당신몰래 다른사람이랑 잠을 잤었어요.
다음날 제가 정신이 들어 제발저려서 먼저 이실직고 했을때 그때부터 우리 사이가 틀어진게 느껴졌어요. 뭔가 잘못된 게 느껴졌어요. 저는 그래서는 안됬죠.
당신은 용서한다고 말하면서 저를 더욱 철저히 관리하려 했지만,
제가 그릇이 좁았는지 먼저 도망쳤죠.
화를 낸것은 수도없이 많아서 셀수도 없지만 당신이 헤어질 때 했던 말들은 하나같이 다 기억나요.
그 말들이 떠오를때면 말도 못하고 숙연하게 나를 만들어요.
기분이 가라앉고 차가워진다 해야할까요.
이건 반성문도 아니고 당신한테 용서를 구하려고 쓰는 글이 아니에요.
그저 그냥 그때에 내 모습이 참 부끄럽고 어렸어요.
그걸 곱씹어보면서 스스로 반성하는 계기를 가지려는 것 뿐이에요.
참 뻔뻔하죠.
당신 얘기를 꺼내는 것은 나한테 있어서 참 어려운 일이에요.
제 바람피운 일을 내 입으로 구태여 말하는 것도 참으로 웃긴 일이지만,
당신은 다른사람과 달랐어요.
뜨겁게 사랑할 줄 알고 재밌게 춤출 수 있는 그런 사람이거든요.
언제나 말했지만 당신은 참 멋진 사람이에요.
나보다 훨 좋은 사람 만나서 더 잘살 자격이 있어요.
당신의 기대를 저버려서 미안했어요.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말이 있다면 감히 충고 하나 하고 싶어요.
당신 마음안에 있는 어두운 면을 술로, 남자들로 채우려 하지는 마세요.
그게 나쁜 일이여서는 아니에요.
그럴때마다 당신 모습이 보기 참으로 안타까웠어요.
당신 주변에는 좋은 사람들이 부러울 정도로 많더라구요.
따듯한 마음씨를 가져서 그런 거겠죠.
당신의 친구들이 언제나 당신곁에 있기를 바랄게요.
함부로 이런 이야기를 아무데서나 이야기 하듯 글로 남겨서 미안해요.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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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많은 사람들의 고민을 들어보았다.
아마 앞으로는 더 많은 사람들과 인연을 가지며 더 많은 삶의 무게들을 듣고, 다른 사람들의 인생사를 느끼는 시간을 가지겠지?
하나하나 소중한 사람이었는데, 내가 함부로 이야기를 한 적이 참 많아서 부끄럽다.
그래도 후회는 없다.
정말로 최선을 다했으니까.
한명 한명 얼굴에 기억이 나는데 이상하게 어떤 느낌이었는지만 기억이 나고, 그 사람의 정보나 객관적인 상태에 대하여 전혀 생각나는 것이 없다.
표상, 다른 말로 풀어 설명하자면 인상만 희미하게 스쳐지나간다.
우리는 우리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느낌적인 느낌만 스며들 뿐 정확히 어떤 사건이었는지 서술해낼 수 없다.
마치 어릴 적 부모님이 어떤느낌의 사람이었고 집안 분위기가 느껴질 지언정,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완벽하게 생각나지 않는것과 같을 수 있겠다.
이런 말을 꺼내니 삶의 순간마다 가슴 속에 잔상처럼 인생이 남아질 것 같다는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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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중에 경계성 성격장애가 있다.
여기까지 이야기를 읽었다면, 내 주변엔 무슨 환자들만 있느냐 말할 수도 있겠다. 지금 글을 쓰면서도 나조차도 웃기다.
그 친구는 머리를 자신 마음대로 잘랐다.
잘랐다는 표현은 어울리지 않다. 임의로 마음 속이 공허하고 무너질 것 같다는 일이 들면 자신의 머리카락을 '훼손'하였다.
들쭉날쭉 쥐파먹은 머리카락이 그 사람의 트레이드 마크였는데, 만성적인 공허함이 정말로 그 아이에게 핵심적인 요소로 자리잡고 있어보인다.
마음이 비어있는 사람이라 해서 다 똑같진 않더라.
그 아이는 모든 이야기를, 세상 만사의 모든 것들을 자신의 마음 속에 담고 전부 흘려 보내기도 했다.
밑 빠진 장독대처럼, 남의 슬픈 이야기를 받을 때는 자신도 그랬었다며 눈물을 펑펑 흘리기도 했다.
가끔 친구들이 기쁜 일이 있으면 되려 자신이 박수를 치며 배꼽 빠지게 웃었다.
문제는 '자기 자신의 삶'이 존재하지 않았는데, 혼자 있어야 할 때가 되면 그런 깨진 자신의 마음의 상처가 드러나보였는지 춥다고 표현하며 살려달라고 그렇게 발작을 했다.
어떤 친구는 그 친구의 체면을 생각해서 모른척해주듯이 조용히 없는 일마냥 가만히 침묵했는데
나는 그 상황마다 지지해주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사실 지지적인 위로가 정말 큰 힘이 되는 것은 알지만, 나는 매우 엄격하게 다그치고 싶었다. 화가 나서 그런 것도 아니다. 귀찮아서 그런 것도 아니고, 무언가 그냥 그렇게 대하는 것이 정답인 것처럼 느껴졌다.
"너 충분히 멋진 사람이잖아, 눈물 그치고 두 발로 일어서! 넌 할 수 있는 인간이야!"
그 친구는 따뜻한 격려와 지지를 받고 싶어했던 것 같다. (그리고 항상 그래왔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나는 이 말이 듣는 사람에게 전혀 좋아보이지 않는 말인 걸 머리로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강하게 다그쳤다.
이후에 나에게 '다른 사람도 아닌 너'가 어떻게 그런 말을 하냐고 속상함과 삐침의 혼합적인 감정을 표현했다. 그것에 대해 나는 별 다른말을 하진 않았다.
나는 마음이 빈 공허한 사람을 볼 때면 항상 느끼는 것이 있다.
그런 빈 마음을 가진 사람은 차디찬 세상에 몰려있을 것이라고.
다만 마음이 그렇게 공허한 것은 어쩌면, 따뜻하고 예쁜 다른 누군가를, 마음이 아픈 다른 사람들을 마음속에 자리잡게 할 수 있는 그런 멋진 일을 하도록 그리 만들어 진 것이 아닐까?
마치 예쁜 꽃병이 비어있노라면, 거기에 꽃을 꽂아 장식하고 싶은 마음처럼 말이다.
그 아이는 사는 동안 평생 공허할 것이다. 허나 거기에 예쁘고 아름다운 꽃 송이같은 사람이 마음 속을 채워줄 것임을 확신한다.
헌 짚신짝도 제 짝이 있다지 않다하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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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황장애가 주는 가장 큰 공포는 통제력 상실이 분명하다.
통제를 못한다는 것은 "당장이라도 미쳐 발작할 것 같은" 기분을 주는데 그것을 좋아한다면 그것이야 말로 미친놈이 분명하다.
자신이 아껴 기르던 반려 강아지가 집을 나가려고 발광을 하는 기분이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은 나를 보고 있다.
당장이라도 화장실로 도망치고 싶다는 기분이다.
간혹 이런 공포심은 내가 죽을 것 같다는 숨 막히는 공포감을 주는데, 그것은 나를 어린아이로 만든다.
나는 내가 내 자신을 꽤나 안다고 생각했는데, 나의 마음을 하나도 모른다는 기분을 준다.
아직 죽기엔 너무 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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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공황발작이 온 후에면 드는 생각이 있다.
이것을 극복할 수는 없지만 나는 유능한 사람인 것을 알고 있다.
삶을 어떻게 마감하든지간에, 오늘 죽든 내일 죽든, 아니면 1시간 후에 죽든지간에,
나는 바보같이 앉아만 있는 그런 부류의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다.
내일 죽는다고 해도 죽치고 앉아있는 양반은 못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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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내가 아프고 힘든 것이 가끔은 엄살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이고 나 죽네! 하며 다른사람한테 힘든 티를 보이는 게 마치 유난떠는 어린 애처럼 보일까봐 걱정도 들었던 것 같다.
그런 이유에서 내가 아픈 것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병원을 다니는 것은 알고는 있다. 다만 자세한 병명, 정신과적 진단에 대하여 언급한 적은 단 한명 이외에는 없다. 부모님도, 친구도, 교수도, 그리고 친척들도 모른다.
가끔 의사선생님이 내가 정말 아파 죽겠다고 말하면 '하하, 엄살이 좀 과하십니다.'하며 웃어넘길까봐 무섭기도 하다. 다만 난 이것만큼은 거짓말이 아니고 싶다.
난 진짜 울어버릴만큼 아팠었다. 지금도 간헐적으로 아프지만, 쓰러질 정도는 아니다.
설마 죽기밖에 더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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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렇게 마음이 아프고 신체적으로 아팠던 이유는 아마 내가 앞으로 살아가면서 사람들을 만날 텐데, 그 사람들의 마음을 낮은 자세에서 굽어다 보라는 하늘의 뜻이 아닌가 싶다.
신을 믿지는 않는다. 다만 내가 살아가면 서 더 멋진 사람이 될 수 있다.
나는 내 자신을 사랑하기로 결심했다.
이런 열심히 살아온 내가 충분히 멋지고 대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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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당신이란 사람을 환대하고 존경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