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문 - 속상해 할 수도 있는 너에게 보내는 편지

진실과 거짓

by 장준

To. 우리 아가에게


아가야, 오늘 하루는 잘 보내고 있니?

아빠는 기분이 텅 빈것 같구나. 그렇다고 나쁜 기분은 아니야.

오늘은 너에게 편지를 보내기에 앞서서,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구나.


아가야, 나는 좋은 아빠가 되질 못할 것 같단다.

전부 설명할 필요도 없거니와, 전부 말하고 싶지도 않지만 꼭 말해야 할 것이 있단다.

아빠는 그 동안 살아오면서 많은 일을 겪었단다.


나쁜 일을 저지르기도 했고, 나쁜 일을 당하기도 했어.

착한 일을 나서서 도와주기도 했고, 뜻 밖의 도움을 받기도 했어.


지금 편지를 읽는 네가 알 지는 모르겠지만, 아빠가 사실은 많이 아프단다.

아프다고 투정부리고 싶은 마음보다는 너에게 미안한 마음이 먼저 드는구나.

만약 네가 태어난다면 아빠가 너에게 필요한 많은 것들, 네가 요구하는 좋은 것들을 충분히 좋은 사람은 못 될 것 같아. 꼭 이렇게 말하니까 곧 죽을 사람같이 느껴지는구나! 또 그렇진 않으니 걱정하지 말렴.


몇 년이 지나도록 약을 먹으면서 치료를 받고, 고통을 인내하며 삶을 있는 그대로 보려고 노력했지만 그것조차 힘들더구나. 나 하나 제대로 간수하지 못하는 내가 어찌 너에게 좋은 역할을 자처할 수 있겠니?


아빠가 대단한 사람이 되지는 못할 것 같단다. 그렇다고 돈을 넉넉히 벌며 너에게 경제적 여유를 제공해 줄 지도 모르겠구나. 너를 무시하려는 의도는 아니지만, 네가 세상을 살아가며 내가 잘 돕지 못한다면 네가 과연 잘 나아갈 수 있을지 염려가 되는구나. 네 능력의 정도에 대한 걱정이 아닌 나의 역할의 한계에 대한 걱정이란다.


모든 사람들이 알아서 잘 제 갈길을 찾아간다지만, 내가 너에게 줄 수 있는 것은 내가 가진 얄팍한 지식밖에 없단다. 내가 명문대를 못 갔다면 다른 학생에게 명문대를 가는 법을 알려줄 수 없듯이, 내가 돈을 잘 벌지 못하니 돈을 버는 법을 알려줄 수 없고, 행복하게 살고 있지 못하니 너에게 행복하게 사는 법을 알려줄 수 없다고 생각한단다.


하지만 마음 한 켠에는 내가 네 삶에 조그마한 행복을 줄 수 있다면 무엇이라도 하고싶단다. 네가 모르는 나의 지인들은 나와 지내며 즐겁게 지내곤 했단다. 반대로 그만큼 상처를 준 적도 많단다.

내가 극도로 혐오했던 사람이 존재했던 만큼, 나 또한 그런 혐오스러운 사람처럼 비추어질 때가 있었을거야. 적어도 너에게 만큼은 그런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지 않구나.


사랑하는 아가야, 많은 것을 줄 수 없는 나를 용서해주렴. 미안하구나.

네 엄마가 나를 많이 미워했었을텐데, 네 엄마에게는 나는 좋은 사람이었을까?

기회가 된다면 네 엄마한테 꼭 물어봐주렴.


인생은 네가 살아온 경험에 의미를 찾는 여행이란다.

의미를 못 찾겠다면 그냥 넘어가도 좋단다. 좋은 의미를 찾았다면 그 좋은 것을 충분히 즐기렴!

만약 나쁜 의미를 찾았다면 그것을 있는 그대로 바라봐보렴. 그리고 네가 다른 새로운 이름을 붙여보려무나.

마치 네 엄마와 내가 너의 이름을 정했듯이, 생각보다 세상의 많은 것들은 우리가 정할 수 있단다.

아빠는 네가 인생이란 재밌는 여행을 즐기며 살아가길 바란단다!

너의 인생이 보물찾기처럼 반짝이는 멋진 보석들을 잔뜩 챙겨가는 인생이길 바라마.


From. 너를 많이 사랑하는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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