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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재은 Apr 06. 2021

은둔의 공간이 필요한 이유

쓰고, 그리고, 키우며 삽니다.

  나는 은둔을 좋아한다. 거창하게 산속으로 들어가는 은둔을 말하는 건 아니다. 나에겐 세속의 모든 것을 끊을 수 있는 단호함은 없다. 지난 2주 동안 나는 나만의 은둔의 즐거움을 누리지 못해 화가 폭발하고 말았다. 간단히 말해서, 나는 아이가 학교를 가면 H카페에 가서 글을 읽고 아이디어를 모은다. 그러다가 답답해지면, 가까운 산책로를 한 바퀴 돈다. 물론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는 흥겨운 음악은 덤이다. 아이가 감기에 걸려 지난 2주간 꼼짝을 못 했다. 아이는 투정이 늘어졌고, 만만한 엄마인 나는 아이의 손과 발이 되어주었다. 그러다 나는 즐거운 공간인 H카페에서 남편 앞에서 아이에게 소리 지르고 말았다. 카페 바리스타들도 놀랐을 거다. 남편은 황급히 아이를 데리고 나갔고, 머리를 식히고 오라며 배려해 주었다. 비가 추적추적 오는 토요일... 갈 곳도 없었다. 아는 선생님께 전화를 걸어 하소연하니, 암자같이 자신만의 공간을 마련해 두라고 당부하셨다. 나만의 공간? 아무리 생각해 봐도 아는 암자는 없었고, H카페밖에 없었다. 결국 계속 카페에 머물렀다. 눈치가 보일만 하면 음료를 추가 주문했다. 그런데 조금 신기하게도 두세 시간이 지나니, 폭발할 것 같던 화는 가라앉아 있었다. 조금 차분한 마음이 들어 집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생각을 정리해 보았다. 내가 왜 이러지? 눈치챈 것은  지난 2주 동안 나만의 공간(물론 빌린 공간이지만)에서 누리는 즐거움을 박탈당하고 말았기 때문이다. 가정주부들도 하는 일이 많아 자신의 시간과 여유가 좀처럼 생기지 않는다. 가만히 있는 가정주부는 집안에서도 자꾸 끌어들여 자신들의 문제들을 얹어 놓는다. 그러면 걷어낼 일은 걷어내고, 처리할 일은 처리하게 된다. 그러고 나면, 겨우 남는 나만의 시간.. 황금 같은 꿀휴식이다. 이 시간이 코로나 등의 온라인으로 방해받기 시작한 것이다. 부쩍 두드러기 알레르기 같은 것이 작년부터 생겨났다. 원인도 모르겠고, 간지러움은 온종일 내 몸을 괴롭히고 난 후에야 잠이 들 때 겨우 잠시 놓아줄 뿐이다. 코로나의 등장으로 모두의 은둔은 늘어났지만, 나의 은둔의 시간은 방해를 받기 시작한 것이다. 더불어 좋은 사람들과 간간히 만나는 즐거움까지 줄어든 것이다. 


다행히 간신히 찾은 평화로움 속에 나는 다시 카페를 찾았다. 글도 읽고, 커피도 즐겼다. 살 것 같다. 누구도 당분간은 나를 훼방 놓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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