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아침 책읽기의행복

도서관에서 빌려온 5권의 책이 모두인생책이될 확률에 대하여

by 여행하는 그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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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는 금요일 루틴이 하나 있다. 특별한 약속이 없으면 도서관에 들러 예약해 둔 책을 빌려 오는 것이다. 내가 살고 있는 곳의 도서관은 시의 도서관들이 모두 연계가 되어 있어서 상호대차를 신청하면 우리 동네 도서관에 없는 책이라고 하더라도 다른 동네의 도서관에 있는 책을 신청해 우리 동네 도서관에서 받아볼 수 있다. 약간의 시간이 걸리기는 하지만 기다리는 기쁨이 더해져 금요일에 예약해 둔 도서를 받을 때는 마치 기다리고 기다리던 선물을 받는 것처럼 행복하다.


그리고 어제는 금요일이었고, 특별한 약속이 없었기 때문에 총 5권의 책을 빌려왔다. 그리고 금요일에는 빌려온 책들을 읽지 않고, 책꽂이 잘 정리만 해둔다. 다음날 주말 아침 깨끗한 기분으로 첫 장을 여는 기쁨을 누리기 위한 나만의 방식이다. 금요일은 책을 읽기에는 적당하지 않은 요일이다. 평일 동안 쌓인 때를 깨끗이 씻고, 묵혀둔 감정과 생각의 찌꺼기들을 깨끗하게 씻어야 하는 요일이다. 그래서 오늘 토요일 아침 나는 글쓰기를 마친 후 상쾌하고 깨끗한 기분으로 어제 빌려온 책들을 펼쳤다.


가장 먼저 펼친 책은 호시노 겐의 <생명의 차창에서>. 호시노 겐은 일본 드라마 <도망치는 것은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의 주연배우이자 음악가이다. 그 드라마를 재미있게 봤고, 그 드라마에 나온 두 주연 배우가 실제로 결혼발표를 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는 어떤 글을 쓸까 궁금했기 때문에 망설임 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빌린 책이다. 그런데 첫 장부터 쑥 하고 빨려 들어갔다. 역시 음악을 만드는 사람이라 그런지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가 특별하다. 계절과 풍경, 주변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이 독특하고 따뜻하다. 자신이 보고 듣고, 느낀 것, 감정, 겪었던 경험들을 담담하게 그리면서도 약간의 유머를 담아 바라보는 그 시선이 매력적이다.


두 번째로 펼친 책은 류시화의 <마음 챙김의 시>. 나에게 시는 어렵지만 마음 챙김의 시는 그렇지 않다. 항상 시를 읽고 싶은 마음이 한구석에 있었는데 이 책 덕분에 시를 느끼고 감동하며 읽을 수 있었다.


세 번째로 펼친 책은 김신회의 <아무튼 여름>. 나는 여름을 좋아한다. 그리고 이 책은 나처럼 여름을 애정 하는 저자의 여름에 대한 사랑고백편지이다. 같은 것을 좋아하는 사람과 밑도 끝도 없이 수다를 나누며 격하게 공감하는 기분이 들어서 행복해졌다. 그리고 '알중 아니고 옥중' 이라는 에피소드를 보고 바로 그 자리에서 책을 덮고 '제주 초당 옥수수'를 주문해버렸다. 6월 한철에만 먹을 수 있다는 여름 한정 특별 옥수수! 세상엔 내가 모르는 것들이 많다.


네번째로 펼친 책은 변지영의 <내가 좋은 날보다 싫은 날이 많았습니다>. 이 책은 처음부터 읽지 않고 목차를 보고 가장 끌리는 부분부터 거꾸로 읽어나갔다. 마지막 챕터인 '7. 나는 매일 조금씩 선명해진다' 이 부분부터. 그리고 모든 부분들이 다 필사하고 싶은 내용들이어서 역시 가슴을 두근거리며 읽었다. 독자는 자신이 생각만 하던 것을 글쓴이가 정확하고 섬세한 언어로 그 두리뭉실하던 것을 표현해주었을 때 공감과 감동을 느끼는 것 같다. 나에게 이 책은 그런 책이다.


마지막으로 펼친 책은 웨인 다이어의 <치우치지 않는 삶>. 웨인 다이어의 노자 읽기라는 부제가 붙은 책이다. 역시 필사하고 싶은 내용들이 가득한 책이었다. 아껴두고 야금야금 천천히 읽고 피와 살이 되게 하고 싶은 마음공부 책이다. 약 10분의 1을 읽었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문장은 이것.

"그저 존재하라"


도서관에서 빌려온 5권의 책이 모두 인생책이 될 확률은 얼마나 될까. 어리석은 질문이지만 오늘 나에게는 확률과 상관없이 모두 인생책이 될만큼 좋은 책들이다. 저마다 독특한 시야와 매력적인 빛을 품고 있는 책들이었고 덕분에 토요일 아침을 근사하고 행복하게 보냈다. 이 책을 쓴 사람들의 인생이 있었기에 내가 그 행복을 누릴 수 있었다. 역시 모든 것은 연결되어있다. 나도 누군가에게 행복을 전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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