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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순간 수집가 Jul 05. 2021

나의 첫 칵테일

오늘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칵테일을 만들어봤다. 프립이라는 여가 액티비티 플랫폼을 이용하여 칵테일 원데이 클래스를 신청해서 칵테일 바에서 직접 제조해본 것이다.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내가 술을 좋아해서 칵테일 제조까지 배우는구나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나는 술을 잘 못한다. 조금만 마셔도 머리가 아프다. 소주, 맥주, 소맥, 과일소주, 막걸리, 사케, 와인까지 다 시도해봤다. 하지만 전멸. 모든 술이 다 맛이 없었다. 머리까지 아파서 와인 클래스는 3개월을 듣고 그대로 종료. 이 쓰고 맛없는 걸 왜 먹는지 이해가 안되는 것. 그것이 바로 나에게는 술이었다.


친구와 여름 한달 동안 동유럽 여행을 한 적이 있다. 나는 원래 음식을 먹을 때 물이나 음료를 거의 먹지 않는데, 동유럽의 음식들은 어딜 가나 매우 짜고 느끼해 맥주나 음료를 같이 먹어야 했다. 맥주공장 투어를 할 정도로 맥주를 좋아하는 친구는 매일 다른 종류의 맥주를 시키고 즐겼지만 맥주를 별로 즐기지 않는 나는 음료를 고를 때가 항상 난감했다.

어느 날은 식당에서 요리와 함께 먹을 음료를 고르는데 메뉴판에 '모히또'라는 이름의 칵테일이 눈에 띄었다. 먹어본적도 없고, 주문해본 적도 없는 낯선 이름의 음료. 하지만 이름만 들어도 왠지 신비롭고 맛있는 소리가 나는 모히또. 나는 여행자라는 신분에 어울리게 도전심을 발휘하여 호기롭게 그 음료를 주문했다. 평소라면 절대 주문하지 않았을 칵테일.

모히또는 길쭉하고 투명한 유리잔안에 초록빛이 살짝 감도는 경쾌한 자태를 가진 칵테일이었다. 그리고 첫모금을 마시고 나는 모히또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같이 시킨 음식의 맛을 증폭시켜주는 시원하고 청결한 맛이 딱 내 입맛에 맞았다. 느낄할 법한 요리를 모히또가 보완해주고 레몬의 상큼한 향과 민트의 쌉쌀한 향이 어우러져 혓바닥을 감는 맛이 매력적이었다. 더운 날 파라솔 아래 앉아 모히또 한잔과 식사를 즐기니 세상 만사 다 잊고, 여유로운 행복을 느낄 수 있었다. 여행의 자유로운 기분을 증폭시켜주는 술의 힘을 처음으로 느꼈다. 그리고 내가 유일하게 좋아하는 술을 발견한 것은 또 다른 수확이었다.


그때 그맛이 잊히지 않아 원데이 클래스를 신청했다.

오늘 만들어 본 칵테일은 차이나 블루와 핑크레이디 라는 칵테일이다. 차이나 블루는 자몽쥬스와 리치 리큐를 넣어 만드는 칵테일이다. 도수가 낮아 누구나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칵테일이다. 차이나 블루는 원래 중국의 청색 도자기에서 나온 말인데 칵테일에 들어가는 파란색 블루 큐라소 때문에 그런 이름이 붙었다.

오늘 수업에서 사용한 리치 리큐는 '콰이페 리치'라는 술이었다. 콰이페는 귀비를 뜻하는데, 리치를 사랑한 중국의 양귀비를 모티브로 하여 만들어진 술이라고 한다. 얼음이 든 잔을 가볍게 스터링하고 콰이페 리치 30ml, 자몽쥬스 45ml를 넣는다. 그리고 토닉 워터를 더한다. 마지막으로 블루 큐라소를 원하는 만큼 넣어주고 자몽 껍질의 향을 더하면 완성되는 간단한 빌드 기법 칵테일이다.

차이나 블루 칵테일의 외양은 커다란 얼음과 푸른 컬러가 오묘하게 어울려 눈으로도 시원한 느낌을 준다. 푸른 빛 투명한 치파오를 입은 시원한 눈매의 여인의 모습이 떠오르는 칵테일이다. 자몽의 쌉싸름한 시고 단맛이 리치의 달콤달콤한 맛과 어우러져 오묘한 맛을 내는데, 술을 즐기지 않는 사람들도 가볍게 마실 수 있는 매력적인 칵테일이었다. 두번째로 만든 핑크레이디라는 칵테일은 알콜맛이 너무 강해 내 취향이 아니었지만 차이나 블루는 매우 내 취향이었기 때문에 나의 술목록에 또 하나의 칵테일이 추가되었다.


언젠가 집에 홈바를 만들어 예쁜 유리잔에 나만의 입맛에 맞는 도수낮은 칵테일을 제조해 내가 만든 요리와 곁들이고 깊다. 또는 더운 여름날 시원하고 청량한 칵테일과 함께 쇼파에 누워 재미있는 소설 한권 읽는다면 따로 천국이 없을 것 같다. 나에게 칵테일은 술 못하는 어른이 즐길 수 있는 맛있는 술이다. 그러면서 어린시절의 동심을 생각나게 한다. 손가락에 반지처럼 끼우고 먹는 보석반지 사탕처럼 알록달록 투명한 색깔의 새콤달콤한 음료. 그러나 어른만 즐길 수 있는 쌉싸름한 술의 맛.


여행 중 모히또 라는 이름에 끌려 도전해보지 않았다면 영영 나는 술 맛을 모르는 어른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나에게 달콤 쌉싸름한 술의 매력을 가르쳐 준 칵테일 덕분에 또 하나 인생의 즐거움을 알게 되었다. 역시 도전은 좋은 것이다.


블루 큐라소를 아주 소량만 넣은 나의 첫 칵테일 차이나 블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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