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커피를 마시지 않는다. 커피를 마시면 가슴이 두근거리고 잠이 오지 않기도 하고, 음료 자체를 즐기지 않는다. 그래서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아침에 꼭 커피를 챙겨마셔야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고 말하거나, 식후에 커피를 꼭 마셔야 정신이 든다고 말하는 등의 이야기를 들으면 딴 세상 일처럼 느껴진다. 나에게 커피란 완전히 관심 밖의 세계이다. 그런 나에게도 관심이 가는 마실 것이 생겼다. 그것은 바로 차. 명상 수업을 듣다가 뵙게 된 한 분이 차를 가르치시는 분이었는데 그 분의 댁에 놀러갔다가 차를 마시고, 그 맛을 처음으로 알게 된 것이다. 그리고 차의 세계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어마어마하게 방대하고 깊으며 역사가 오래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차란 단순히 마시는 것이 아니라 그 이상의 깊은 세계를 가진 하나의 크고 넓은 미지의 세계였다. 그 세계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지 궁금해졌고, 탈잉이라는 플랫폼을 통해서 원데이 클래스로 차 수업을 듣게 되었다. 차에 대한 기본적인 것을 배우고, 설문지에 따라 내 입맛에 어울리는 차를 찾아보는 형식으로 진행되는 수업이었다.
수업이 진행되는 공간에 들어선 순간 아늑한 조명과 차 향, 그리고 나지막하게 흐르는 음악이 순식간에 나의 심신을 편안하게 만들어주었다. 선생님과 인사를 나누고, 미리 준비된 설문지에 차에 대한 기호를 답하고, 클래스를 신청하게 된 이유, 궁금한 것 등을 말씀드렸다. 그리고 차의 기본적인 상식에 대하여 선생님의 설명을 들었다.
다류에는 크게 8가지의 종류가 있다. 먼저 색에 따라 녹차, 황차, 백차, 청차, 홍차, 흑차가 있고, 가공차와 대용차가 나머지를 이룬다.
첫번째는 녹차. 녹차는 발효되지 않은 차를 말하고 손으로 덖거나 증기로 찌는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한국은 덖는 방식으로 만들기 때문에 구수하고, 일본은 찌는 방식을 활용한다. 녹차는 차나무의 가장 위에 열리는 싹(아가잎)을 이용해 만드는데 100도를 넘는 뜨거운 물에 우리면 쓰고, 떫은 맛이 같이 나와버린다. 그래서 녹차는 70~80도의 식은 물에 2~3분만 우리는 것이 좋다. 온도조절이 되는 전기 포트를 사용하거나 없으면 100도의 끓인 물을 머그잔에 붓고 2~3분 정도 기다려서 머그잔을 손으로 잡았을 때 뜨겁지 않은 정도의 물을 사용하면 된다. 녹차는 몸의 열을 낮추어 주는 작용을 하기 때문에 열이 많은 사람에게는 좋으나 몸이 찬 사람들은 무더운 여름에만 먹는 것이 좋다고 한다.
좋은 녹차는 가격이 매우 비싸다. 그래서 오설록의 일로향이라는 제품을 한번 시음해보고 조금씩 넓혀가는 것도 좋다고 한다. 일로향은 30G에 14만원이고 보통은 한번에 3g씩 먹는다고 한다.
두번째는 황차. 황차는 약 10%정도 발효가 된 차로 찻잎 표면이 누르스름하다. 녹차와 비슷하게 싱그러운 맛을 가지고 있고 거기에 진한 맛, 단맛이 더해진다. 쌍계명차가 황차에 속한다.
세번째는 백차. 백차는 맑고 깨끗하며 은은한 꽃향기를 가진 차이다. 최근 세계적으로 각광받는 다류로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백차는 중국 복건성 지역에서만 자라는 돌연변이 차나무에서 딴 잎으로 만드는데 이 차나무에서 나는 찻 잎은 돌연변이로 인하여 흰색을 띠기 때문에 백차라고 불리운다. 1번 돌연변이 된 것과 2번 돌연변이 된 것이 있고, 2번 돌연변이 된 것은 약효가 생겨 약재로도 쓰인다. 머리의 열이나 위장의 열, 신체에 불필요한 열을 없애는 해열작용과 당뇨수치를 내려주는 효능을 가지고 있다. 백차는 크게 3가지로 나뉘기도 한다. 중국 정부에서 인정하는 백차는 2번 돌연변이가 된 복건성 지역에서만 자라는 차나무의 잎으로 만든 것이다. 두번째는 중국 차시장에서 통용되는 백차로 1번 돌연변이 된 것과 2번 돌연변이 된 것 모두를 말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세계시장에서 통용되는 백차이다.
백차의 종류는 크게 4가지가 있다. 백호은침, 공미, 백모단, 수미가 그것이다. 백호은침은 싹으로만 만들어 가격이 가장 비싸고, 공미는 갈색잎, 백모단은 꽃향기가 특징이며, 수미는 마치 낙엽처럼 생긴 백차로 가장 저렴하지만 약효는 가장 세고 단맛과 진한 맛을 모두 가지고 있다. 선생님은 세상의 모든 차 중에서 단 하나만 고르라고 하면 수미를 고를 것이라고 할 정도로 가장 좋아하는 차라고 하셨다. 매일 수미차를 물처럼 3리터 가까이 마신다고 하셨다. 그리고 아버지께서 당뇨 수치가 매우 높았는데 이 수미차를 매일 드시고 당뇨수치가 낮아지셨다고도 했다.
네번째는 청차. 다양한 맛과 향기, 모양을 가지고 있는 청차는 우롱차 또는 오룡차라고도 불리운다. 밀크티에 홍차가 아닌 청차를 사용하면 매우 독특하고 맛있는 풍미를 느낄 수 있다고 하셨다.
다섯번째는 홍차. 홍차는 향을 즐기는 다류로 한국, 중국, 대만, 인도, 스리랑카 등에서 생산된다. 홍차 브랜드에서 제공하는 레시피로 차를 끓여 먹으면 맛이 없는 경우가 있는데 그 이유는 우리나라와 유럽 등의 나라의 물은 성질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한다. 유럽의 물은 불순물이 매우 많이 섞여 있지만 우리나라의 물은 맑고 깨끗하기 때문에 같은 온도와 시간으로 우릴 경우 찻 잎의 떫은 맛이 모두 나와버려 쓰고 맛이 없어진다. 그래서 80도 정도의 물에 시간을 줄여서 우리는 것이 좋다고 한다. 그리고 폭신폭신한 티푸드와는 어울리지 않고, 밀도감있는 티푸트가 어울린다고 한다. 다양한 음식과 페어링 하는 재미가 있는 차이다.
여섯번째는 흑차. 흑차는 묵직한 바디감과 깔끔함을 동시에 가진 차이다. 중국 남부 지방의 사람들이 물처럼 마시는 차이기도 하다. 보이차도 흑차인데, 지방분해 효과가 좋아서 다이어트 차로도 많이 마신다. 찻잎을 접시처럼 눌러서 압축하여 만드는데 그 이유는 오래 보관하기 위해서 부피를 줄이기 위함이라고 한다. 중국에서는 품질이 좋지 않은 것을 속여서 파는 경우도 있는데 전문가가 아니거나 분별하기 어려울 경우에는 대만차를 차선책으로 선택하는 것도 좋다고 한다. 대만은 정부에서 전문가들을 지정하여 차를 마시고 품질을 엄격하게 평가하여 인증하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인정한 차를 비세차라고 명시하는데, 이런 비세차는 어느정도 품질을 보장받은 것이라고 한다.
일곱번째는 가공차로 얼그레이, 쟈스민차 등이 속한다. 얼그레이는 다 만들어진 홍차에 베르가못 등의 허브를 층층이 쌓아서 증기로 쪄 건조한 차이고 쟈스민차는 동일한 방식으로 녹차와 쟈스민을 함께 가공한 것이다.
여덟번째는 대용차로 꽃차, 허브차, 과일차, 전통차 등이 속한다. 찻잎을 이용하지 않은 거의 모든 차를 말한다. 그 중에서 선생님은 장미차와 목련차를 추천하셨다. 장미는 몸에 열을 내는 작용을 하고 향기가 매우 좋으며 가격이 싸서 다른 차를 마실 때 함께 띄워 마시면 몸이 찬 사람들에게 좋다고 한다. 그리고 목련차는 동의보감에 나올정도로 기관지에 좋은 차이고 매운 맛을 가지고 있다. 목련차와 수미차를 함께 섞어 마시면 몸이 찬 사람들에게 좋다고 한다. 목련차는 목련이 이제 막 봉오리를 피워 아주 작을 때 따서 잎을 하나하나 펴서 만드는데 그 과정이 매우 손이 많이 가고 정성이 들어가 가격이 비싸다고 한다. 목련차를 구입할 때는 봉오리를 펴 놓은 걸 사는 것이 좋다고 한다. 실재로 본 목련차는 마치 개나리처럼 아주 작고, 향기가 매우 좋았는데 꽃차도 나중에 배워보고 싶을 정도로 매력적이었다.
차에 대한 기본적인 상식에 대한 설명이라 지루할 줄 알았는데 너무 재미있어서 순식간에 시간이 지나갔다. 중간중간 선생님이 다예사라는 직업을 하게 된 이유와 중국 유학 이야기, 현재 다양한 사람들과 수업을 하며 경험하는 즐거움 등을 이야기해주셔서 더욱 흥미로웠다. 어떤 옷을 입느냐에 따라 음악, 그림, 영화, 책, 향, 서예, 예술 등 다양한 분야와 접목시킬 수 있는 것이 차라는 식품이 가진 매력이었다. 8월에 그림을 감상하며 차를 테이스팅하고, 이야기나누는 클래스가 있다고 하는데 그것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미차와 동정우롱차
그리고 백차(수미)와 동정우롱차를 선생님께서 우려주셔서 직접 마시는 시간을 가졌다. 백차(수미)는 마시는 순간 너무 맛있어서 왜 데일리차로 마신다고 했는지 알 것 같았다. 구수하면서도 깔끔하고, 첫맛과 중간 맛, 끝맛이 모두 다양했다. 그러면서도 묵직하고 가볍고질리지 않고 편안하며 향도 매력적이었다. 동정우롱차는 매우 독특한 향과 맛을 가지고 있어서 매일 마시기에는 어려울 것 같고 가끔 마시면 독특한 우롱차의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차를 마시면 심신이 안정되고 기분이 편안해지는데 그 이유는 차에 테아닌 이라는 성분이 들어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테아닌은 약국에 알약으로 추출하여 팔기도 하는데 그것이 심신을 안정시키고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이유는 신체에 세라토닌을 안정시켜 알파파를 방출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선생님은 하루를 시작할 때 꼭 차를 마셔서 차분하게 마음을 다스린다고 하셨다.
선생님은 차를 마실 때 필요한 다구를 사기 전에 우선 일상에서 차를 많이 마셔보고 다양한 차를 경험해보면서 천천히 차에 익숙해지는 것을 추천하셨다. 꼭 차를 격식을 차려 마셔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버리고 생활 속에서 자주 접하다 보면 차의 매력을 느끼게 되고, 자신만의 취향을 알게 된다. 그때 천천히 필요한 다구를 갖추는 것이 좋다고 한다.
또 하나의 매력적인 세계를 알게 됬다. 아직 살짝 발가락만 담가봤는데도 재밌다. 차에 얽힌 다양한 역사와 이야기, 현대 동시대의 문화와 결합하여 다양한 세계를 만들어내는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가진 흥미로운 세계. 그 세계 안에 무엇이 있을지 천천히 탐험해 보고 싶다.
p.s) 그밖에 차를 마시는 방법과 우리나라의 추천 티하우스를 알려주셔서 메모해두었다.
1. 수미차를 가장 맛있게 그리고 효능 있는 성분을 가장 잘 우려 먹기 위해서는 주전자에 2리터 정도의 물을 넣고 5g 정도의 찻잎을 넣고 보리차를 끓이듯 끓여 먹는 것이 가장 좋다고 한다. 이 방법을 듣고 나는 매우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차는 다구를 이용해서 정성스럽게 우려먹는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게 아니라는 것이 놀라웠다
2. 손발이 차고, 몸에 열이 없어서 추위를 많이 타는 사람들은 수미차에 장미, 대추말린 것, 계피 등을 함께 넣어 마시면 좋고 녹차는 피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그리고 보이차는 혈액순환에 좋다고 한다.
3. 불면증이 있는 사람들은 백차(수미)에 장미나 국화, 허브(캐모마일, 라벤더) 등을 함께 넣어 마시면 좋고, 우롱차(동정우롱, 밀향우롱)도 괜찮다.
4. 서울숲 맛차차 – 한국식 말차
연희동 맥파이앤타이거 – 한국 황차
서교동 포담 티하우스 – 대만 우롱차
부암동 이음 티하우스 – 대만차
한남동 산수화 티하우스 – 중국차, 백차
영종도 차덕분 무언 티하우스 - 오마카세
5. 코엑스에서 열리는 국제차문화대전도 다양한 차를 경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 올해 전시는 코로나로 인하여 무기 연장된 상태.
6. 회사에서 다구를 모두 갖추고 차를 마시기 힘들 경우 표일배나 티머그잔과 같은 간이 도구를 사용하는 것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