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생명이 나를 살리고 있다

<무릎딱지> 샤를로트 문드리크 (지은이), 올리비에 탈레크 (그림)

by 여행하는 그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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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책은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맞이하는 방법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그림책이다. 그림책은 잠에서 깨어남을 시작으로 잠으로 돌아감으로 끝이 난다. 처음부터 끝까지 내내 온통 빨간색이 가득하다. 인간의 인생이 탄생에서 시작해 죽음으로 끝이 나듯 하루치의 삶도 깨어남으로 시작해 잠듦으로 끝이 난다. 끊임 없는 순환이 하루를 만들고 하루는 삶을 구성한다.


이 책을 관통하는 하나의 주제는 '생명'이다. 빨간색은 피, 심장, 살아있음, 죽음을 상징하는 듯하다. 아이의 무릎에 상처가 생겨 딱지가 생기고, 아이는 먼 곳으로 떠난 엄마의 목소리를 다시 듣기 위해 딱지를 긁어서 다시 상처로 만든다. 아이는 살아있기 때문에 뜯어낸 상처 자리엔 피가 다시 나오고 아픔을 느낀다. 딱지가 생기고 피가 나는 이유는 신체가 자신을 보호하고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하기 때문이다. 딱지는 내가 노력하지 않아도 저절로 생기고, 저절로 떨어지며, 새살이 돋아난다.


아이의 '가슴 위 쏙 들어간 곳'에 뛰고 있는 심장 덕분에 아이는 살아있다. 무릎에 딱지가 생긴다. 피가 난다. 잠이 든다. 아이를 낳고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존재는 곧 아이를 살게 하는 심장이자 생명의 근원을 이야기한다. 엄마는 먼 나라로 떠나갔지만 아이의 심장은 멈추지 않고 뛰어 아이를 살게 한다. 생명의 근원이 쉬지 않고 아이를 보살피고 있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태어나는 순간 죽음을 필연적으로 가지고 태어난다. 그 누구든 삶의 끝은 죽음이며 그것이 언제이냐 속도의 차이가 있을 뿐, 서서히 죽든 한순간에 죽든 결국은 심장이 멈추고 생명활동은 끝이 난다. 우리는 모두 죽음을 향해 천천히 걸어가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죽음을 편안한 마음으로 맞이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매일 밤 꿈의 세계로 떠나듯 죽음의 세계로 떠나는 것이다. 아직 심장이 뛰고 숨이 쉬어진다면 감사하게 그 삶이 펼쳐지도록 내맡기면 되는 것이고, 어느 날 저절로 뛰던 심장이 멈추고 숨이 쉬어지지 않는 순간이 온다면 그때는 또 새로운 세계로 여행을 떠나면 된다.


그러므로 심장이 뛰고 피가 흐르는 동안 나를 살리고 있는 것들에 감사하며 살아가자. 내가 애쓰지 않아도 나를 살리고 있는 이 가슴속 심장과 온갖 생명의 순활 활동들, 나를 먹이는 자연의 먹거리들, 나를 입히는 옷, 내가 쉬게 하는 집, 나에게 몸을 주신 부모님, 나에게 사랑을 베풀어주는 사람들, 내가 사랑을 베풀어야 하는 사람들, 내가 마주하는 모든 이들. 그것들이 거대한 날실과 씨실로 얽혀 생명의 그물을 만들어 이 몸을 살리고 있으니 감사하고 사랑하며 살자.


가슴에 손을 얹고 가만히 심장이 뛰는 것을 느껴본다. 온몸에 힘차게 흐르는 피의 흐름을 느껴본다. 저절로 쉬어지는 숨을 느껴본다. 따뜻한 체온을 느껴본다. 거기 거대한 생명이 나를 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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